삼성그룹이 미래 10년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사장단 인사를 통해 새롭게 진용을 갖춘 삼성은 한층 젊어진 조직과 리더를 내세워 미래 먹을거리 발굴에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또 사장단과 함께 삼성을 이끌어갈 후속 임원 인사를 이르면 7일 단행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를 통해 내년에는 더욱 공격적인 경영계획 수립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사장단 인사를 통해 신 삼성을 이끌 인물로 부상한 뉴 리더들의 특장점과 향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 3일 단행된 2011년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삼성전자 출신들의 약진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반도체 및 LCD사업부에서 실적 증대에 기여한 인물들이 대거 사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사업부 사장들이 삼성그룹의 신성장 사업을 추진할 주요 전자 계열사 대표이사로 전진배치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이면에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윤부근 사장 등 기존 사장단 간 조화를 통해 안정 속에서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우선 이번 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사람은 김재권(55) 삼성LED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다. 그는 임원 승진 9년 만에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사장이 돼 화제다. 구매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사장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좋은 부품을 싼 가격에 들여와 원가를 낮춤으로써 제품의 대내 경쟁력을 높이는 데 공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LCD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으로서 LCD사업 1위에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다. 목표를 정하고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는 강력한 추진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그룹 신수종 사업인 LED조명사업 일류화라는 임무를 맡게 됐다. 과거 독일 프랑크푸르트지점 등 해외법인에서 근무하면서 쌓은 국제감각과 구매업무를 하며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LED조명 시장의 가장 큰 타깃인 구주 및 미주 시장을 공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남성(57) 사장 내정자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시스템LSI 부문의 최고 사령탑으로서 시스템LSI를 메모리반도체와 맞먹는 주력 사업으로 육성하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그동안 시스템LSI 사업의 경쟁력을 높인 점이 인정됐다. 그는 2008년 5월부터 시스템LSI 부문을 진두지휘하면서 2008년 4조1,985억원이었던 매출액을 지난해 4조3,997억원으로 끌어올렸으며 올해 3ㆍ4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4조8,368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루슨트테크놀로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을 거친 우 내정자의 이번 승진은 외부 인사에게도 사장 승진의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삼성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는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해 조직의 긴장감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이른바 '메기론' 경영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전동수(52)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 사장 내정자 역시 올해 메모리반도체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이 승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기술ㆍ기획ㆍ마케팅 등에 두루 정통한 '팔방미인'으로 꼽힌다. 특히 2008년부터 메모리담당 전략마케팅팀장을 맡으며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메모리 사업이 불황을 딛고 승승장구 하도록 이끌었다. 올해 3ㆍ4분기 삼성전자 D램 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 이 같은 기세를 이어 2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게 전 내정자가 맡게 될 미션이다. 조수인(54)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와 박상진(57)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는 신성장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전진배치된 케이스다. 조 내정자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 사장을 맡으며 미세공정 전환 등 기술개발에 전력을 기울이며 경쟁력 강화에 힘써왔다. 'D램의 달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 그는 반도체 사업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살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박 내정자도 삼성SDI의 자동차용 2차전지 사업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 사업부장을 역임한 그는 소니ㆍ캐논 등 일본 브랜드에 밀려 있던 삼성 카메라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면서 글로벌 판매량을 늘리는 데 기여한 바 있다. 또 해외영업 분야에서 쌓아온 글로벌 역량을 바탕으로 삼성SDI를 자동차용 2차전지 1위 기업으로 만드는 임무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