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두 남자,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열정

영화 '브로큰백 마운틴'<br>올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등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쳐져<br>60년대 카우보이 동성애 소재로 한 애틋한 러브스토리


그 남자와 그 남자가 다시 만나기로 한 날. 기다리는 남자는 하루종일 안절부절하지 못한다. 이윽고 그 남자가 도착한다. 둘은 무심하게 서로에서 안부를 묻고는 이내 담벼락 뒤로 함께 숨어 키스를 퍼붓는다. 둘은 낚시도구를 챙겨 집을 떠난다. 아내에겐 단 한마디 말만 남긴 채. “며칠 걸릴 거야.” 그렇게 두 남자는 재회의 여행을 떠난다. 리안 감독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전개 부분의 시작 장면이다. 시작도, 끝도 아닌 이 장면은 두 남자의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누구에게도 축복받지 못한, 하지만 순수한 열정만큼은 세상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사랑이 이 영화에서 펼쳐진다. 영화의 시작 배경은 1963년 미국 와이오밍주. 록키산맥 한복판에 자리잡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인구(40만명)가 적은 시골이다. 여기, 카우보이인 두 남자 잭(제이크 길렌할)과 에니스(히스 레저)가 여름 한 철 돈을 벌기 위해 시골까지 흘러 왔다. 그들은 수천마리의 양을 이끌고 브로크백 산 골짜기에 들어가 수 개월간 세상과 고립된 채, 거대한 자연을 벗삼으며 양을 키운다. 평범한 20대 청년인 이들은 산 속에서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사랑일 리 없다. 남자끼리 사랑이라니. 비록 욕정에 못 이겨 하룻밤 실수를 했지만, 그건 단지 실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별한다. 에니스는 예정대로 결혼해 두 딸을 낳고, 잭은 부잣집 딸과 결혼해 장인의 사업을 거든다. 4년이 흘렀지만, 에니스와 잭 모두 서로에 대한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잭은 용기를 내어 에니스에게 엽서를 보낸다. 둘은 서로 만나기로 약속한다. ‘결혼피로연’ ‘와호장룡’ ‘센스 앤 센서빌리티’의 리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와호장룡’을 기억하시는지. 하늘을 날아다니고 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황당무계’한 중국식 무협영화에 슬픔과 서늘한 기운을 불어 넣었다. 무림의 고수가 “떨치지 못하는 깊은 상념 때문에 강호를 떠나겠다”고 말하고, 사랑하는 두 남녀가 엇갈리는 인연 속에 끝내 맺어지지 못한다. 무엇 하나 이뤄지는 게 없는 ‘이상한’ 영화였다. ‘와호장룡’과 ‘브로크백 마운틴’. 록키산맥과 중국이라는 간극만큼이나 전혀 다른 작품 같지만, 기실 두 영화를 흐르는 정서만큼은 하나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짧은 만남 속에 기나긴 그리움의 반복. 미국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100년에 한 명 나온 게이를 마을 뒷산에서 총으로 쏴 버리는 산골짜기에서 그들의 사랑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선을 넘을 수 밖에 없었기에, 그 사랑은 더욱 강렬하고 애틋하다. 영화 속 두 남자는 ‘아버지’임을, ‘남자’임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1년에 한 두 번 젊은 시절 양을 치던 브로크백 산에서 캠핑을 하는 것 뿐. 그래도 둘은 끝까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준다. 어쩌면 그들은 누구보다도 현실과 이상의 공간을 구분할 줄 아는 현명함을 지녔을 지도 모른다. 어수룩해 보이는 시골 사내들. 이 영화의 원작인 애니 프루의 단편소설에선 문법에도 맞지 않고 사투리 가득한, 단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데면데면함이 오히려 그들의 사랑을 더욱 애틋하게 그려낸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한, 그래도 끝까지 단 한 방울의 눈물도 보이지 않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눈빛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카우보이란 지극히 미국적인 소재로 동양적 여백의 미의 진수를 살려냈다. 리안 감독은 “인간관계의 복잡다단함, 그 속에 휴머니티란 과연 어디에 있는가를 시험해 볼 수 있는 특별한 러브스토리”라고 영화를 설명했다. 2일 개봉한 영화는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에 이어 올해 골든글로브 최우수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고, 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 및 감독상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는 작품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