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울시 구청 '여권대란' 홍역

"'땜질처방' 아닌 근본대책 필요"

서울시내 구청들이 밀려드는 여권발급 업무로 홍역을 치르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27일 `여권발급기 가동시간 연장'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일선 구청들은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여권발급 대행기관 확대 등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여권대란' 왜 생겼나 = 종로, 노원, 강남 등 여권발급을 대행하는 서울시내 10개 구청은 요즈음 `여권대란'으로 부를 정도로 극심한 민원인의 불편과 업무 가중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 구청에서는 새벽 4시부터 여권 접수를 위한 번호표를 받으려는 민원인들이줄을 서고 있으며, 번호표 발급이 시작되는 아침 8시 30분께면 줄을 선 사람들이 평균 300~400명에 달한다. 도봉구 방학동에 사는 김모씨는 "지금이 6.25 전쟁 때도 아니고 구청에 이렇듯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뤄야 되겠느냐"며 "현실적으로 불편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벽부터 줄을 서 기다려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은 오전이나 오후 늦게 구청에다시 나와 여권을 접수해야 하는 이중의 불편을 겪고 있다. 각 구청에서 발급하는 여권은 하루 600~700건으로, 담당 직원들은 하루종일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이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불법 대행사가 30여만 원의 `급행료'를 받고 2~3일 만에 여권을 발급해 준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여권 발급이 이처럼 힘들어진 이유는 여권 발급방식의 변화와 여권 수요의 급증을 들 수 있다. 기존에는 구청 직원이 신청 서류와 사진을 접수해 여권에 직접 사진을 붙이는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컴퓨터를 이용해 신청서와 사진을 스캔 처리하는 `전사식'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처리 시간은 늘어났지만, 각 구청 여권발급기의 처리 용량은 한계가있어 업무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조기 어학연수, 유학, 해외관광 등의 증가로 올 들어 각 구청의 여권 발급건수는 지난해에 2배에 달할 정도로 폭증하고 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도권 거주민들이 서울시내 구청에서 여권발급을 접수하는경우가 많은 것도 여권업무 폭증의 이유로 꼽힌다. ◇ "서울시 대책은 `땜질 처방'" = 서울시는 이날 여권발급 민원불편 해소를 위해 각 구청에 보조인력을 배치, 여권발급기 가동시간을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연장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 경우 10개 구청의 1일 평균 여권 발급건수가 기존 6천650건에서 8천845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시는 예상했다. 하지만 일선 구청에서는 "`땜질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선구청의 한 여권 담당자는 "지금도 폭증하는 업무에 시달리고 저녁 7~8시까지 야근을 하는데 더 이상 어떻게 일을 하란 말이냐"며 "외교통상부와 협의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여권발급 대행기관 25개 전 구청으로 확대 ▲외교통상부의 여권처리주전산기 용량 확대 ▲전국적인 통합 예약접수 시스템 시행 등을 근본적인 대책으로내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여권발급 대행기관 확대를 통해 현재 2천여만 명이 사는 수도권의 여권업무를 서울시내 10개, 경기도 내 5개의 대행기관이 처리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외교통상부는 향후 여권발급 처리방식의 변화 가능성 등을 이유로 여권발급 대행기관 확대에 회의적인 입장이어서 당분간 시민들의 불편은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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