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뷰] 수필 '인연' 피천득선생

"욕심이 없으면 삶이 행복한거야""아사꼬는 정말 3번만 만났어. KBS('TV는 사랑의 싣고')서 만나게 해 준다는 말도 있었지. 근데 이제 와서 뭣하러 그러겠어?" 수필 '인연'의 작가 금아(琴兒) 피천득(皮千得ㆍ91) 선생의 목소리는 아직도 정정했다. SBS 러브FM(103.5 MHz) '책하고 놀자'의 첫 현장 취재 프로그램으로 자택에서 만난 수필가 피천득은 생각보다 더 작았다. 하지만 91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는 정정했고 한마디 한마디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야. 내가 부유하게 사는 건 아니지만 참 호사스럽게 살아. 이런 복된 삶이 어딨겠어"덕담을 들려달라는 요청에 '과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선생이 덧붙인 말이다. 32평 남짓한 선생의 아파트는 예상과는 달리 참으로 정갈했다. 장식을 위한 가구가 전혀 없이 최소한의 필요에 의해 놓인 것들이 전부였다. 유일하게 새 것처럼 보이는 옷장은 3년 전부터 출퇴근하며 살림을 돌봐 온 아주머니가 '집엔 철 지난 옷을 수납할 옷장이 있어야 한다'고 우겨 들여놓은 것이라 했다. 선생이 쓰는 침대는 미국서 아들이 가져왔다는 데이 배드(간이용 침대)였고 부인 임진호 여사(84)의 것은 달랑 매트리스 하나였다. 평생 자신을 위해 옷 한 번 사본 일이 없다는 선생의 말이 가슴 그대로 먹혀 들어왔다. 특이한 것은 선생의 침실에 놓인 인형 난영이. 선생의 고명딸인 서영씨가 가지고 놀았던, 족히 40년은 된 인형이라지만 무척 깨끗했다. 뉘이면 눈을 감는 이 인형을 선생은 매일 저녁 따로 자리에 뉘이고 아침이면 다시 자리에 앉혀 가며 돌본다고 했다. 며칠 전에 다녀간 제자가 떠 준 푸른 옷으로 갈아 입은 난영이를 보려니 일반인이라면 상상 하기 힘들 선생다운 감수성이 느껴졌다. 그의 서재를 가득 채운 고흐의 농촌그림이나 르느와르의 작품들 역시 소박하고 따뜻한 눈길로 세상을 바라 본 선생의 면모와 잘 어울렸다. 인터뷰 말미에 사회자(소설가 김영하)가 짧은 시 하나를 직접 읽어 달라고 요청했다. 선생의 육성으로 된 시 한수를 남기고 픈 후세의 욕심일 것이었다. '나보다 목소리가 좋은 사람이 많다'고 굳이 거절하던 선생의 모습이 웬지 더 정정할 수 있다는 약속 같아 마음 든든해 졌다. 최초의 일일 독서 프로그램인 SBS FM '책하고 놀자'는 앞으로도 구상 박완서 등 작가의 자택을 직접 방문, 작가의 육성과 함께 작품 세계, 최근 근황을 전달할 예정이다. 31일 오전 11시5분.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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