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 직장인 김 아무개(30)씨는 증권사 리포트에서 잇달아 은행주에 투자하라는 말이 나오자 은행주 투자를 결심했다. 대형 금융지주와 은행들을 살펴보던 김씨는 은행주를 고르는 게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당시 주요 은행들이 인수합병(M&A)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한 대형 은행은 경영진들간의 문제가 불거지며 주가의 앞날을 장담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지인으로부터 '은행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보라는 추천을 받게 됐다. 은행 ETF는 겉 모습은 주식과 같았다. 손쉽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사고 팔 수 있었다. 내용면에서는 펀드였다. 은행 ETF 한 주를 산 돈은 비율대로 각각 은행 및 금융지주 주식을 나눠 사는 효과를 냈다. 다시 말해 전체 은행업종의 지수 흐름을 따라가는 상품이었다. 은행주에 투자하고 싶었지만 어떤 은행을 사야할 지 몰랐던 김씨에게 은행 ETF는 괜찮은 대안이었다. 쉽게 사고 팔면서 은행주 주가흐름을 따라가되 자연스럽게 분산투자 효과가 나타나 변동성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3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김씨는 그 당시 투자에 만족하고 있다. 은행주는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 속에 매수세가 몰리며 상승세를 펼쳤고 그의 은행 ETF도 1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물론 특정 은행에 투자했다면 더 큰 수확을 거둘 수 있었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다. 김씨는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ETF를 매도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그가 만약 은행에 투자하는 주식펀드에 가입했더라면 분산 투자효과와 수익은 비슷했겠지만 가입 후 3개월이 안된 현 시점에서 환매 시 수익금의 70%까지 수수료로 내야 하고 더 비싼 운용 보수도 별도로 지불했어야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증시에 상장된 ETF는 모두 64개(12월 14일 현재). 각각 섹터와 지수, 파생상품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 종류도 다양하다. 반면 ETF에 대해 한 번이라도 들어봤거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김씨에게 쏠쏠한 기쁨을 준 ETF에 대해 알아보자. 원자재·채권등 상품 다양… 시장상황따라 입맛대로 투자 가능
일반 펀드보다 운용보수 싸고 주식형 ETF 거래세도 면제 장점
아직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2~5년후 다양한 상품 정착 예상 우리나라에 ETF(상장지수펀드)가 처음으로 출시된 건 지난 2002년 10월. 당시 삼성자산운용이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코덱스(KODEX)200'을 내놓았다. 앞으로 보름이 지나고 2011년이 되면 ETF가 국내 투자자들에게 첫 선을 보인지도 햇수로 10년째가 되지만 ETF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히 낮은 형편이다.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의 ETF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아직 일반투자자들이 ETF에 대해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은행, 증권의 영업직원들이 판매 보수가 거의 없고 주식처럼 매매회전율이 높지도 않은 ETF를 고객들에게 추천하는 게 쉽지 않다"며 "투자자 스스로 ETF의 장점을 이해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경석 KB자산운용 파생상품부 이사도 "증권사 지점 직원들도 충분한 지식을 갖추지 못한데다 기대수익률이 높은 고객들은 분산투자가 특징인 ETF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일반인들이 ETF에 대해 잘 알아볼 만한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다른 상품에 비해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TF는 특정 증권 지수의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펀드다. 펀드 자체가 거래소에 상장이 돼 일반 주식과 같은 방법으로 사고 팔 수 있다. 1주의 ETF를 사게 되면 이 ETF가 따르는 지수 구성종목 전체에 투자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매우 손쉽게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품이다. 아울러 일반 펀드보다 운용보수가 저렴하고 국내 주식형 ETF의 경우 2011년까지 거래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투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 해당 ETF가 실제로 투자하고 있는 주식 내역과 순자산가치를 매일 공표하기 때문에 투명성이 높고 원하는 시간에 바로 매매해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으로 꼽힌다. 국내 ETF 시장은 무럭무럭 커지고 있다. 순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지난 2006년 1조5,609억원 규모였지만 2007년 2조4,268억원, 2009년 3조7,894억원으로 몸집을 불렸으며 2010년에는 6조650억원(14일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특히 전체 크기만큼이나 다양한 ETF들이 64개나 출시돼 투자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금과 원유(WTIㆍ서부 텍사스유)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commodity)ETF가 있고 건설이나 반도체, 자동차처럼 섹터에 투자하거나 테마에 따라 투자하는 ETF를 고를 수 있으며 국내외 대표지수를 따르는 ETF도 종류와 국가별로 상장돼 있다. 최근에는 코스피200지수와 거꾸로 움직이는 인버스 ETF, 지수 수익률의 2배로 움직이는 레버리지 ETF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2011년에도 ETF의 다양화는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주요 운용사들은 내년에 테마나 주식, 원자재 ETF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외화관련 ETF나 채권, 각국 대표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도 속속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보다 적극적인 운용을 하는 액티브 ETF나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는 ETF도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ETF에 투자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일반 주식을 사는 것과 똑 같다. 투자자 자신의 거래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접속해 종목 검색란에 원하는 ETF의 이름을 넣으면 된다. 국내 운용사들은 각각 ETF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삼성(KODEX), 우리(KOSEF), 푸르덴셜(PREX), 미래에셋맵스(TIGER), 한국(KINDEX), KB(KStar), 대신(GIANT), 유리에셋(TREX), 동양(FIRST), 현대인베스트먼트(HIT) 등이다. 브랜드와 함께 ETF의 특성을 알리는 고유의 이름이 조합돼 ETF 종목명이 된다. 이 ETF를 주식을 거래하듯 적정가격에 매수ㆍ매도하면 ETF 투자자가 된다. 64개의 ETF중에는 'KODEX 200'처럼 일평균 거래대금이 326억원에 달하는 인기 종목도 있지만 하루 평균 1,000만원 이하로 거래되는 종목들도 10개나 된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혹시나 내가 산 ETF를 거래 부진 때문에 제 때 못 팔면 어떻게 하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거래소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거래소는 "LP(유동성공급자)가 개입해 매수ㆍ매도 호가를 내기 때문에 거래가 부진한 종목이라도 개인 투자자가 실제 거래에 실패할 확률은 없다"고 밝혔다. ETF는 투자자 입맛대로 여러 상품을 조합해 다양한 투자를 할 수 있다. 요즘처럼 IT나 은행주에 대한 전망이 밝다면 관련 섹터 ETF를 매수하면 되고 금값 강세가 예상되면 금 ETF를 사면 된다. 매달 꾸준히 코스피200 ETF를 사면 시장 수익률을 따르는 적립식 투자를 할 수 있고, 내년 중소형장세가 예상되면 중소형주나 코스닥 관련 ETF에 투자할 수 있다. 이처럼 투자자가 활용하기 나름대로 채권은 물론 해외 투자까지 ETF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 정도면 국내 시장에 ETF가 상당부분 정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직까지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ETF가 가진 매력과 점차 다양한 상품을 무기로 투자자들에게 파고 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상우 우리자산운용 베타운용본부장은 "향후 2~3년이 지나면 ETF 시장 내에서 연기금과 보험 등 장기 투자 금융기관의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본격적인 활성화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승한 푸르덴셜자산운용 AI팀장은 "정책적 지원도 함께 한다면 다양한 ETF가 생겨나며 더 많은 투자자들이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TF 확대에 대해서는 금융당국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달 25일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ETF 컨퍼런스'에서 "다양한 ETF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개선사항을 점검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요구에 맞는 신상품이 제때 출시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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