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유병언 포위망 좁혀지자 구원파 수사 교란작전

'兪 금수원 돌아왔다' 문자 전송

몰려든 취재진에 "없다" 말 바꿔

檢, 은신처 순천 주변 집중 수색

兪와 함께 생활 30대 신도 체포

26일 오전9시께 기독교복음침례회(속칭 구원파)는 언론사 기자들에게 '유병언 전 회장이 금수원에 돌아왔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는 문자를 돌렸다. 유병언 지키기를 표방해온 구원파가 스스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거취를 밝힌 것이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취재진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금수원으로 다시 몰려갔다. 경찰도 기동대 1중대를 급파해 입구마다 경계를 지키도록 했고 검찰도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하지만 오후2시10분에 경기도 안성시 금수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태종 구원파 임시대변인은 "다시 확인해보니 유 전 회장은 금수원에 없다"고 말을 바꿨다. 검찰이 순천을 비롯한 전남 일대에 유 전 회장이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자 검찰의 눈길을 돌리기 위한 고도의 수사 방해 작전이었던 셈이다.

검찰의 유 전 회장 검거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궁지에 몰린 구원파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9일간 금수원에서 농성을 벌이면서도 '유 전 회장은 구원파 교주도, 신도도 아니다'라며 어느 정도 선긋기를 보였던 구원파들은 "유병언을 절대 못 내준다"며 이전과는 180도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이날 구원파의 제보를 받고 금수원에 출동한 한 경찰 관계자는 "금수원 측에서 유 전 회장이 금수원에 없다고 말을 바꿨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금수원 경계를 늦출 수 있겠느냐"며 "21일 검찰의 금수원 진입 이후 10여명 정도가 밤10시까지 상황파악을 했었지만 지금은 기동대 포함 100여명이 24시간 출동 체제로 바꿨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금수원의 수사 교란작전이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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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구원파 신도 500여명은 농성 때와 마찬가지로 철문 앞에 대오를 갖추고 앉아 집회를 벌였다. 검찰이 20일 "유 전 회장과 구원파는 오대양 사건과 무관하다"는 공식 표명 이후 집회를 벌일 명분이 없어졌는데도 다시금 이전과 같은 대치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유 전 회장이 금수원에 돌아왔다면 이전처럼 사람 장벽을 치고 검거를 막겠다는 의도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이 임시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0만 신도를 다 잡아가도 유병언을 못 내준다"며 유병언 체포를 방해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 임시대변인은 "오대양 사건 때 유 전 회장이 순순히 검찰 수사에 임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누명을 썼다"며 "이번에는 수많은 성도들이 징역 몇 년을 사는 한이 있어도 유병언을 보호할 작정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회장에게 현상금 5억원을 건 검찰을 의식한 듯 세월호 진실 규명에 5억원을 걸겠다는 내용도 발표됐다.

한편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차장검사)은 유 전 회장과 함께 도피생활을 한 의혹을 받고 있는 30대 여성 신모씨를 전날 밤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신씨에게는 범인도피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전남 순천에 있는 휴게소 근처에 기거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출동했으나 유 전 회장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아직 전남 순천 주변에 남아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색작전을 벌이고 있다. 전국적인 수배령이 내려진 후 유 전 회장의 이동에 상당히 제약이 가해진 만큼 순천 일대를 크게 못 벗어났으리라는 판단이다. 전남 일대에는 전남 보성의 녹차 밭인 몽중산 다원과 완도 영농조합법인 냉동창고, 신안 염전 등 구원파 소유의 부동산이 많아 유 전 회장의 은신이 용이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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