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 상황에 밀려 "일단 유보"韓銀 콜금리 현상유지 배경
한국은행이 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단기금리인 콜 금리를 인상하지 않기로 한 것은 거시경제의 미세조정을 하기에는 유가급등 등 단기 국면의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철환(全哲煥) 총재도 이날 금통위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몇일 사이 유가급등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급등하고 있다』며 『금통위원들은 국제유가를 지켜본 뒤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금통위 결정에도 불구하고 한은(금통위 집행기구)이 그동안 금리인상 필요성을 줄곧 강조하면서도 금리인상(미세조정)을 관철시키지 못함으로써 독립적인 통화정책 결정기구로서의 위상에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을 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은은 금리인상 원했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들은 그동안 최근 3개월 사이 물가상승(6월 0.5%, 7월 0.3%, 8월 0.8%)이 분명히 수요측면(DEMAND-PULL)의 물가상승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따라서 앞으로 10월 이후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금융시장 불안 때문에 더 이상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 기회에 소폭 금리인상을 통해 한은의 정책의지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주류였다.
물가상승 우려 인상論 불구
정부측 반대주장에 밀린 듯
'독립적 통화정책기구' 상처
또 통화정책 수단인 단기금리·콜 금리 수준도 최근 한은의 목표금리인 5% 수준을 넘어선 0.1%선에 다달았기 때문에 0.25%선의 금리인상은 통화정책의 기조변경 필요없이 한은의 물가안정 의지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있다.
또 금융시장의 불안도 어차피 지난 5월 이후 지속돼왔으며 최근들어서는 현대사태가 소강상태에 들어가고 있어 금리의 소폭인상으로 시장에 줄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같은 한은측의 주장은 사실상 재정경제부 출신이 과반수(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재경부 출신)를 차지하는 금통위에서 정부측의 주장에 밀려 후퇴하고 말았다.
정부측은 최근의 인플레는 고유가 등 공급측면(비용상승·COST-PUSH)에서 유발됐기 때문에 굳이 물가안정을 위해 단기금리를 올리는 통화정책 기조변경에 반대해왔다.
즉 현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가뜩이나 불안한 투신문제 등을 재삼 부각시켜 금유시장 불안을 다시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였다.
그러나 물가불안 등 거시경제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한 통화정책의 경우 최소한 정책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차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이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은 위상 타격받아
한국은행은 9월 금통위에서 단기금리 인상을 강력히 희망했다. 물가안정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9월 금통위에서 단기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연말까지 예정된 기업·금융구조조정 일정으로 볼 때 타이밍을 잡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은은 그동안 공식·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금리인상에 대한 당위성을 알려 왔다. 실제 9월 금통위에서도 『물가상승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면에서 대응이 필요하다』고 언급했고 지난 8월 금통위에서는 『물가 오름세가 현실화되는 만큼 총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이같은 한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9월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함으로써 『한은이 결국 정부(재경부 등)측 논리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온종훈기자JHOHN@SED.CO.KR
입력시간 2000/09/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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