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월 20일] 입양에 대한 열린 마음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우리 시청 앞처럼, 뉴욕 록펠러 센터 앞에는 스케이트장이 생긴다. 딸아이와 스케이트를 타던 중 우리 아이보다 한 살 많은 한국 여자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의 부모는 50대 후반의 '백인' 부부였다. 친아들이 열일곱 살 때 7개월 된 한국 여자아이를 입양했다고 했다. 간단히 e메일과 전화번호만 교환한 것이 인연이 돼 그로부터 미국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한 열 차례는 서로 오가며 만났다. 일하느라 허덕이며 늘 시간이 없어 아이 돌보는 아주머니 손에서 크다시피 한 우리 딸에 비하면 그 아이는 공주처럼 자라고 있었다. 사치스럽게 자란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이게 부모가 '손수' 해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이구나 하고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소리다. 양엄마는 정작 친아들을 키울 때는 직장 일이 바빠 거의 보모 손에서 키웠지만 이제는 칼 퇴근을 한 후 아이가 하는 방과후 활동에 일일이 다 따라다니며 아이 키우는 재미를 만끽한다고 했다. 아이 엄마는 중년이 돼 둘째 아이를 갖고 싶어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임신을 할 수 없게 됐다. 불현듯 한국 여자아이의 입양을 생각하게 됐다 한다. 그 부부는, 자기들이 가진 자원을 좀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줘준다고 생각한다면서 입양아를 키우는 소회를 말했다. 아이 엄마가 추석과 구정이면 영어로 된 한국요리책으로 배운 만두ㆍ불고기ㆍ잡채를 만들어 학교에 가져가 반 아이들을 먹이면 선생님은 아이에게 한국 명절 풍습에 대해 설명하게 했다. 그 아이는 생일파티를 두 번 치른다. 진짜 생일과 입양돼 미국 부모를 처음 만난 날. 입양 일에는 주변에 사는 친척ㆍ친구들을 불러 모아 한국 음식을 만들어 생일축하 파티를 했다. 우리가 한국에 돌아온 후 1년쯤 돼 그 가족은 한국을 찾았다. 아이를 입양시켜줬던 사무실도 찾았다. 그 부부는, 십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외 입양 일을 계속 해오는 목사님에게 이렇게 좋은 딸을 갖게 해주신 데에 대해 자기들이 느끼는 감사함을 표현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금액을 기부하고 한국을 떠났다. 이들 부부가 입양아를 키우는 순간순간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자 '인류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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