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사장님과 메신저" 전자경영 확산

이영하 LG전자 사장 직원들과 격의없이 소통<br>LS산전 전자결재시스템으로 신속·효율성 살려


“나 사장인데요.” LG전자 DA사업본부의 김모 부장은 최근 사내 메신저 쪽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이영하 DA 사장이 직접 말을 건 것. “어떻게 지내세요?”(사장) “잘 지내고 있습니다.;;”(김 부장) “금형 업무 관련해서 말인데요….”(사장) 이 사장은 메신저로 간단한 ‘업무 보고’를 받은 뒤 “이야기 하고 싶을 때는 종종 (메신저로) 들어오세요”라고 부탁했다. 김 부장이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하자 이 사장은 “오케이. 바이”라는 말을 남기고 대화창에서 사라졌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인터넷메신저나 e메일 등을 활용한 ‘전자 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전자 소통’은 젊은 층이 즐겨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년의 CEO들이 이 방식을 동원해 직원들과의 소통과 경영 아이디어 창출에 활용 중이며 나아가 결재시스템을 아예 통째로 바꾸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6일 LG전자에 따르면 이 사장은 요즘 메신저 삼매경이다. 창원 공장에 출장을 많이 다니는 그는 노트북 컴퓨터를 켜면 자동으로 메신저가 로그온되도록 설정해뒀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메신저로 부지런히 말을 걸며 “사장님, 식사하셨어요” 등의 가벼운 인사라도 먼저 건네달라고 요청하곤 한다. CEO와 메신저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친근한 느낌으로 직접 소통할 수 있을 뿐더러 업무 관련 대화도 신속하게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 이 사장은 “원활한 메신저 대화를 위해 키보드 치는 연습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LS산전은 지난 1월 취임한 구자균 사장 주도로 올 초 사내 결재를 ‘전자 동시결재시스템’으로 바꿨다. 사원이 보고서를 전자시스템에 올리면 사장ㆍ임원ㆍ부장 등 결재라인에 있는 인사들이 동시에 그 문서를 볼 수 있고 순서에 상관 없이 전자 결재를 한다. 신속한 결재와 CEOㆍ사원 간 직접 소통이 최대 장점이다. 특히 구 사장은 전자시스템 접속이 잦아 가장 먼저 보고서를 볼 때가 많다고 한다. 담당 임원이나 부장은 사장 결재가 난 전자문서를 뒤늦게 발견하고 당혹스러워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LS산전 입사 2년차인 H씨(28)는 “바뀐 결재시스템은 그야말로 ‘문화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결재를 올리면 사장이 가장 먼저 서명한 뒤 보고서 의견란에 “이건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일종의 ‘댓글 지침’을 내리기 때문. H씨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중간 단계에서 사라지는 일이 없어서 좋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인터넷 메신저나 결재 시스템을 활용한 전자 경영은 ▦의사결정의 신속성 ▦아이디어 사장 방지 ▦불필요한 회의 축소 등 저비용 고효율 경영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감성적인 스킨십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전자 경영의 주요 장점 중 하나다. 특히 해외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에게 CEO의 따뜻한 마음을 담아 한꺼번에 빠르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전자 메시지 외에는 사실상 없다. 김인 삼성SDS 사장은 매주 월요일 아침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낸다. 출장 중에도 거르지 않는다. 여기에는 회사 경영 관련한 내용 뿐 아니라 생활 관련한 소소한 내용까지 담기곤 한다. ‘월요 편지’에 대한 사원들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란 게 삼성SDS 직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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