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먹튀 론스타 뺨친 SC銀 고배당

상반기 순이익의 80% 2,000억대 중간 배당<br>실적 악화에도 아랑곳 英 모회사에 몰아주기<br>배당 늘리려 순익 두배로 부풀린 의혹



외국계인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실적악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2,000억원대의 천문학적인 중간배당을 강행한다. 더욱이 이번 배당예정 규모는 올 상반기 순이익의 무려 80%에 해당하며 역대 중간배당액 가운데 사상최고치다. 고배당을 자제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라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정면으로 무시한 것이다.

31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SC은행은 다음주 이사회를 열어 올 상반기 순이익 2,500억원 가운데 2,000억원을 중간 배당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이 돈은 모회사인 SC금융지주로 흘러간 뒤 SC금융지주의 모회사인 영국 SC그룹에 배당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2,000억원의 중간배당은 지난해보다 두 배 많은 액수다. SC는 지난해 상하반기에 각각 1,000억원씩 2,000억을 배당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와 같은 규모를 배당하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유럽발 재정위기 등 세계경기 불황이 현실화되면서 모회사인 SC그룹이 현금확보를 위해 고배당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C가 유례없는 고배당을 추진하자 금감원은 최근 SC 고위관계자를 불러 "고배당을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자본확충과 바젤Ⅲ 도입에 대비해 배당을 최소화하라고 지도해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않은데도 고배당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배당을 막을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SCㆍ씨티ㆍ외환 등 외국계 은행은 외국 은행자본의 '화수분' 역할을 해왔다. 특히 위기 때마다 외국계 은행들은 배당성향을 오히려 높이는 역주행을 마다하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배당성향을 보면 이런 공식은 정확히 들어맞는다. 론스타가 지배했던 외환은행의 배당성향은 2008년 10%대에서 2011년 60%로 크게 상승했고, 씨티은행도 2008년 0%에서 2011년 28.5%로 올랐다. SC은행도 2009년 57%에서 지난해 78%로 꾸준히 배상성향을 올려왔다.


올 상반기 80%에 달하는 SC은행의 고배당은 회계상 착시 현상을 이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SC은행의 올 상반기 순수 순이익은 실질적으로 1,254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93억원보다 49.7%나 감소한 수치다. 재무상태가 지난해 보다 악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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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회계상 당기 순이익은 2,5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지도로 쌓아둔 대손준비금 가운데 일부를 올해 이익에 환입하면서 회계상 당기 순이익이 2,500억원으로 두배나 불어난 것이다.

이번 중간배당 2,000억원은 대손준비금 환입효과를 제외한 순수 순이익 1,254억원보다 750억원 가량 많은 수치다. 벌어들인 돈보다 배당액이 더 많다는 얘기다. 더구나 SC은행은 올해 2분기 17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SC은행의 실적 악화와 반대로 모회사인 SC그룹의 실적은 오히려 호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SC그룹의 세전이익은 2008년 45억6,800백만달러에서 지난해 67억7,500만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SC그룹의 실적이 좋아졌는데도 고배당을 요구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현금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은행 자회사를 현금인출기로 간주하고 있다는 증거"이라고 말했다.

SC은행의 고배당에 금융당국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고배당을 막을 실질적인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C가 고배당을 할 경우 경영평가점수가 다소 하락하는 등의 불이익은 줄 수 있다"며 "하지만 경영평가 점수가 4등급 이하로 추락하지 않는 한 영업에 큰 제한은 받지 않아 실효성은 없다"고 말했다. 2010년 종합검사 당시 SC은행은 경영평가에서 2등급을 받았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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