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51%를 인수하고도 경영권을 내준 이유는?’
통신업체인 KT가 국내 1위 영화제작사인 싸이더스FNH에 280억원을 출자해 지분 51%를 확보했지만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는 데 대해 흥미로운 반론이 제기됐다.
컨설팅 업체인 로아(ROA) 그룹은 8일 ‘통신사업자의 미디어기업 지분 인수에 관한 소고’를 통해 “싸이더스FNH가 성장하려면 KT의 소유지분을 줄여야 한다”는 이색제안을 제시했다.
주장의 근거는 이른바 ‘40~43% 룰’이다. 통신기업의 인수 지분이 40~43% 이하일 때는 경영권 행사를 자제해야 미디어기업에 이롭다. 지분율이 낮은데도 경영권을 행사하려고 하면 다른 주주들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나서 결국 기업가치가 떨어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지분의 40~43% 이상을 보유한 통신기업은 반대로 경영권을 장악할 필요가 있다. 통신기업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야 다른 주주들의 사적 이익추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아 그룹은 KT가 싸이더스FNH의 지분 51%를 인수하고도 경영은 영화인들에게 맡기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40~43% 룰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영화인들의 ‘전횡’을 예방하려면 강력한 경영권을 행사하거나, 아니면 소유지분을 줄여 영화인들의 책임 경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KT는 미디어 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분율을 낮추는 쪽이 더 바람직하다.
이에 대해 서정수 KT 기획부문장은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지배구조 등 몇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고 반박했다. 서 부문장은 “KT가 51%를 갖고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지분도 기존 대주주였던 영화인들이 보유하고 있어 도덕적 해이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인들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다가는 KT 뿐 아니라 자신들도 보유 지분만큼의 피해를 입게 된다는 뜻이다.
그는 싸이더스FNH 인수의 배경으로 ‘자생 콘텐츠 30%’론(論)도 폈다. 자국에서 생산된 콘텐츠가 시장의 30~40%를 점유하지 못하면 콘텐츠 산업의 주도권을 외국자본에 내주게 된다는 주장이다. 콘텐츠 서비스를 위해 광대역통합망(BcN)ㆍ휴대인터넷 등에 수조원을 투자하는 KT로서는 치명적인 시나리오다.
서 부문장은 “최악의 경우 출자한 280억원을 허공에 날려도 자생 콘텐츠만 30~40% 이상 유지된다면 KT로서는 나쁠 게 없다”며 “51% 출자는 콘텐츠 소유권을 확고히 하면서 통신시장의 논리를 배제하기 위한 최적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