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소액주주에게 기업의 이사 지명권을 전체 이사회 구성원의 최대 3분의 1까지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해 미국 기업 지배구조에 일대 변화가 올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1일 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SEC는 소액주주에게 일정 부분 이사진 구성에 참여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고 공청회 등을 거친 후 SEC 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현재 주주들은 이사회가 지명한 이사진을 주총에서 표결할 권한은 갖고 있지만 직접 이사진 구성에서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SEC 방안에 따르면 시가총액이 7억달러 이상인 상장 대기업의 경우 1%의 지분을 1년간 보유한 주주들이나 기관투자자 등이 자신들이 원하는 이사 후보를 지명해 주총 표결에 부칠 수 있게 된다. 이보다 작은 기업은 규모에 따라 3% 또는 5%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에게 이를 허용할 방침이다. 주주들이 지명할 수 있는 이사진은 이사회가 3명일 경우는 1명, 4명 이상일 경우에는 4분의 1 수준으로 제한을 둘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제안이 도입되면 상장회사의 지배구조에서 투자자들의 역할이 획기적으로 증대되는 중요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비슷한 제안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행정부 시절인 2003년에도 SEC가 내놓은 적이 있으나, 기업들과 의원, 정부 고위 관료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2004년 폐기됐다. 이번에도 기업들은 경영 활동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위축될 것이라며 SEC의 제안에 반발하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는 이는 잘못된 방향이라면서 강력하게 반대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제 위기로 부도덕한 경영 행태와 터무니없이 높은 임원 보수 문제 등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커지면서 의회에서도 투자자들에게 더 큰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고삐 풀린 월가 임원의 연봉을 구조적으로 막기 위해 주주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어 최종 위원회에서 통과가 유력시되고 있다. 메리 샤피로 SEC 위원장도 지난 1월 인준 청문회에서 투자자들에게 이사 임명권을 부여하는 등 기업지배구조의 수정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