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별기고] 신용카드의 내실있는 발전

최근 몇 년간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금융산업중의 하나가 신용카드업이다.99년말 3,900만장에 그쳤던 신용카드 발급수가 올 6월말에는 6,800만장으로 크게 증가하여, 우리나라 성인 1인이 평균 3매 이상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웬만한 영업점에서도 신용카드 결제가 당연시되고 있다. 신용카드는 이제 현금 이상의 중요한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신용카드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금융산업에서 신용카드업이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액이 225조원에 이를 만큼, 신용카드업은 개인과 가계에 대한 자금공급원으로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금융의 전산화와 정보화가 급진전되면서 금융거래가 신용카드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최근 들어 금융회사들은 신용카드업을 고객 확보 및 수익 창출의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신용카드를 이용한 거래는 음성적인 거래를 투명화 하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용카드업은 우리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정부는 그동안 신용카드의 사용을 장려하고 신용카드업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하여 왔다. 먼저 외국과는 달리 신용카드업을 독자적인 금융산업의 하나로 인정하고 별도의 법 체제와 허가제를 유지하면서 신용카드회사에 대해 자금조달상의 특례를 인정하고 있다. 또한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며, 신용카드 영수증에 대해 복권제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올들어서는 소득공제폭을 10%에서 20%로 확대하였고,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가맹점에 대한 제재도 강화하고 있다. 오늘날 신용카드업이 금융산업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정부의 이러한 지원책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진입규제와 세제지원의 틀 속에서 신용카드회사들이 외형위주의 경쟁에 치중하면서 우리나라 신용카드업은 겉으로 나타난 성과 못지않게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엄격한 신용심사를 거쳐 발급되어야 할 신용카드가 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통해 무분별하게 발급되는가 하면, 신용카드회사들은 본래의 기능인 결제업무보다도 부대업무인 현금대출위주의 영업에 치중하고 있다. 또한 조달금리 하락과 막대한 이익실현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인하에는 인색하여 높은 수수료를 유지하고 있으며, 부정사용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외형 부풀리기 경쟁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부실자산 증대로 나타나 신용카드회사들의 경영에 어려움을 주게 될 것이며, 소비자의 편익을 고려하지 않는 경영은 단기적으로는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얼마가지 않아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의 신용카드회사들이 지금과 같은 경영행태를 지속할 경우 앞으로 선진금융기법을 갖춘 외국의 신용카드회사들이 본격 진입할 경우 이들과의 경쟁에서 낙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신용카드의 사용이 우리 경제의 투명화와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만큼, 신용카드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은 계속해 나가되, 신용카드업이 외형적인 성장 못지않게 내실있게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올들어 신용카드회사에 대한 경영지도기준을 개편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한 것도 그 일환이며, 신용카드회사의 건전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갈 것이다. 이러한 건전성감독 강화노력과 함께, 소비자에게 보다 낮은 가격과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경쟁력을 갖춘 신용카드회사가 출현하여 우리나라 신용카드업이 한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신용카드업에 대한 진입을 허용하고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경쟁제한적 요소를 개선함으로써 신용카드시장에서의 경쟁을 촉진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무질서한 회원 유치행위를 시정하는 등 영업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에 대한 신용카드회사의 책임을 선진국수준으로 강화하는 등 소비자보호시책도 역점을 두고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근영(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