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故 정몽헌회장 사후 100일

현대그룹은 11일 고 정몽헌 회장 100일 탈상을 보내며 무거운 침묵 속에 쌓여있다. 지난 8월4일 정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채 몇 달도 안돼 현대그룹호의 항해가 삐걱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는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막내 작은 아버지인 정상영 KCC명예회장간의 지분 분쟁으로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 9월 외국인 지분이 급증하면서 현대호를 수호한다는 명분아래 정 명예회장측이 지속적으로 지분을 사들인 후 한달여만에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로 부상했다. 사실상 현대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해버린 셈이다. 그 동안 정 명예회장은 현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인 김문희씨에게 지분매입을 만류하는 등 다소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였다. 특히 현 회장이 회장직에 취임하는 것을 막는 등 경영권에 대한 욕심을 보이기도 했다. 현대그룹은 쓰라린 체험을 한번 거쳤다. 지난 2000년 3월 이후 반년에 걸쳐 고 정몽헌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간에 이른바 `왕자의 난`에 휘말렸던 사실을 벌써 망각한 것처럼 보인다. 6개월간의 경영권 분쟁은 재계 1위 그룹이던 현대그룹을 미니 현대그룹, 현대자동차 그룹, 현대중공업 그룹으로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하이닉스, 현투증권 등 상당수 계열사들이 부실화 되거나 분사, 매각되며 덩치가 대폭 줄었다. 이른바 정몽헌 회장 산하 기업들의 부실이 심각했으며 피해가 가장 컸다. 아니 이 부실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으며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정 명예회장과 현 회장간의 경영권 다툼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현대그룹 주변의 우려는 심상치 않다. 3년 전 왕자의 난이 `숙부와 조카 며느리`간의 분쟁으로 재연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우선 현대그룹을 정상화하고 주주와 국민들에게 투명하고 열린 기업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 아닌가. <최인철(산업부 기자) mich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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