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물고기 씨말리고 생태계 교란"토종 물고기의 씨를 말리는 붉은 귀 거북은 방생하지 마세요"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해 불교 신도들이 생명존중을 실천하기 위해 주로 방생하는 붉은귀 거북(일명 청거북)이 토종 물고기의 씨를 말리는 등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토종 어류 킬러 붉은 귀 거북=미국 미시시피강 일대가 원산지인 붉은 귀 거북은 80년대 중반 애완용으로 수입된 이후 하천이나 연못에 버려지거나 석가탄신일 등에 대량 방사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서울지역은 물론 청정지역인 지리산 일대와 비무장지대, 민통선지역에까지 서식지가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붉은 귀 거북은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데다 수명이 길고 국내 하천에 마땅한 천적이 없어 토종 물고기와 물속의 곤충, 양서류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있다. 이 때문에 붉은 귀 거북은 황소개구리와 블루 길, 큰 입 베스 등과 함께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5년간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에서 수입된 붉은 귀 거북을 포함한 거북류는 모두 597만마리에 이르고 있다.
◇정부ㆍ불교계 방생억제 나서=이처럼 문제가 심각해지자 환경부는 최근 붉은 귀 거북 방생 자제를 유도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문화관광부에 보냈고 불교 신도들에게도 생태계를 교란하는 방생은 삼가해 주도록 설득하고 있다.
환경부는 특히 붉은 위 거북의 수입을 줄이기 위해 올해 안에 서식 실태를 조사한 뒤 붉은 귀 거북을 '생태계 위해(危害) 외래 야생동물'로 공식 지정할 방침이다. 생태계 위해 외래 야생동물로 지정되면 수입렵퓔? 때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게 된다.
대한불교 조계종도 '환경, 인권, 생명 방생 프로그램'이란 자료집을 발간, 전국의 주요 사찰에 배부하고 잘못된 방생문화의 개선에 착수했다.
조계종측은 전문가 조언을 거쳐 물고기 방생을 하되 방생후에는 주변 환경정화 활동을 반드시 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생명의 존엄성 실현을 위해서는 이웃 배려가 절실하다며 정신대 문제와 민주주의 실현과정에서 나타난 양심수ㆍ정치수배자 문제 등 그 동안 사찰에서 도외시해온 부분까지 방생활동의 영역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 장기기증을 비롯해 죽음을 앞둔 환자간병이나 헌혈, 치료비 지원, 장례봉사 등 생명존엄을 느낄 수 있는 실천프로그램도 제시했다.
조계종 포교원의 한 관계자는 "방생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그 본질의 의미를 잘 살려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방생(放生)이란=죽게 된 물고기나 새 등을 물이나 산에 놓아주는 것으로 비록 미물이라 할지라도 그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비한 마음의 실천행위이다. 불교에서는 살생(殺生)을 하지 않는 것이 소극적 선행이라면 방생은 적극적 선행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오철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