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토종자본으로 결성된 농협을 세계 수준의 농축산물 종합유통그룹으로 육성, 우리 농업도 보호하고 외국자본과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이연창(59ㆍ사진) 농협중앙회 경제(부문)대표이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화시대에 우리 농업이 외국자본과 맞서기 위해서는 규모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이뤄져야 한다”며 “토종자본으로 조직력을 갖춘 농협이 이를 주도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73년 농협에 첫발을 들인 이래 33년간 한 우물을 파온 이 대표는 “농협의 자본력과 조직력만 잘 활용하면 외국자본과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단계적인 추진계획도 마련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신용과 경제가 분리된다면 외국자본에 맞서 대응할 수 있는 토종조직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깊은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위해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농협이 추진 중인 농산물 통합구매사업 등 도매사업의 중요성을 하나하나 설명해나갔다. 그는 “통합구매사업 등 도매사업은 농협 45년 역사상 가장 필요했으나 그동안 못해왔던 부분”이라며 “올해부터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도매사업은 한마디로 농협이 농민들로부터 제값을 받고 농산물을 사들여 이를 소비자에게 저렴한 값에 공급한다는 것. 중간 도매상의 산지 덤핑 등의 횡포로부터 농민을 보호할 수 있을 뿐더러 소비자도 싼 가격에 좋은 농산물을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시스템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우선 사과ㆍ배 등 전국적으로 수요가 큰 19개 품목에 대해 도매유통을 추진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물류시스템 구축을 위해 평택 물류기지 신설과 GPS 시스템을 도입, 위성으로 농산물 추적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개별 조합별로 실시하고 있는 마케팅 기능을 시ㆍ군 지부 주관으로 옮기고 유통매장도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오는 2010년까지 1,000평 이상 대형 판매장 17개소를 추가로 건립하고 300평 이상 슈퍼슈퍼마켓(SSM)도 170개소를 새로 만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중장기적으로는 대형 할인점, 일반 도매점 등에 농협의 상품을 공급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친환경 농수산물 생산기반 확충, 농산물 브랜드 육성 등도 도매사업 일환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무엇보다 농협의 도매사업 강화가 우리 현실에서 외국자본에 대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농협만큼 조직력과 자본력을 갖춘 민간 농업조직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개방화 시대 우리 농업의 앞날에 대해 진단했다. 도하개발어젠다(DDA) 등 개방화 시대에서는 정부가 농민들에게 지원해줄 수 있는 역할이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대해 그는 “가격 측면에서 우리 농산물은 외국산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 차원에서 순수 우리 자본으로 규모화ㆍ전문화된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우리 농업은 물량이 10%만 늘어도 가격폭락이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라며 “통합구매를 통한 도매사업이 정착되면 수급 여건을 고려한 생산조절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한미 FTA 등 개방화 대응 차원에서도 정부가 추진 중인 농협의 신용과 경제분리는 농민에게 실익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사업은 속성상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만약 경제 파트에서 흑자를 본다면 거꾸로 농민들은 고통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적자 속에서 경제사업이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은 신용 파트의 도움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농협의 경우 경제사업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신용 파트에서 4,600억~4,700억원 정도를 빌려 사용하고 있다. 그는 덧붙여 “신용 파트의 총 수신고는 140조원가량으로 이 역시 농민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가능한 일”이라며 “신용과 경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신용과 경제가 분리될 경우 신용 파트에서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이 어렵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농민들이 입게 될 실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농협 경제사업은 시대상황에 따라 변해왔다. 60~70년대는 농약ㆍ비료 등의 안정적 공급에 주력했다. 그 뒤 80년대는 농민들의 지도ㆍ교육과 양곡판매사업 확대가 주업무로 자리잡았다. 90년대는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산지유통시설과 종합유통센터 구축이다. 2000년대는 산지 유통 규모화와 안전 농산물 확대 외에 개방화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제고가 주업무로 부상한 상태다. 농협에서 한 우물을 판 이 대표는 “33년간 근무했으니 강산이 세 번 바뀐 셈”이라며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되고 외국자본에 대응할 수 있는 신토불이 농산물 종합유통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인화단결·실사구시 경영 추구 이연창 경제 부문 대표의 첫인상은 이웃집 아저씨를 연상하게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대표는 평소 조직의 인화단결을 최고의 경영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부하 직원에 대한 사랑과 상사에 대한 존경심. 이것이야 말로 생산성 향상은 물론 조직의 저력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대표는 "어렵고 힘들 때마다 역경을 이겨나갈 수 있었던 저력은 이러한 상호간의 신뢰와 인화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주요 사안의 결정에 있어서 주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단계적으로 치밀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협은 농업인ㆍ농민단체뿐 아니라 소비자ㆍ정부 등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렇다 보니 자칫 오해도 사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이 대표는 작은 목소리도 귀담아 듣는 등 합리적 판단으로 불협화음 요소를 사전에 차단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농업인의 위기상황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요즘 그는 인화단결과 더불어 실사구시 경영 추구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신용과 경제분리ㆍ개방화 등 당면 문제 해결에 있어 대의명문보다 농업인의 실익추구를 당면 과제로 삼고 하나하나 대응해나가고 있다. 그는 평일에는 시간만 나면 집 근처의 공원에서 산책을 즐긴다. 산책을 하면서 당면 현안에 대해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한다. 그는 이런 고심 하에 농협 도매사업 강화라는 야심찬 카드를 꺼냈다. 토종자본으로만 무장한 거대 농산물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지 그 첫 출발이 그의 손에 달려 있다. ◇약력 ▦47년 경북 성주 출생 ▦73년 경북대 농화학과 졸업 ▦73년 농협중앙회 입사 ▦93년 성주군지부 지부장 ▦99년 본부 농업금융부 부장 ▦2000년 본부 회원지원부 부장 ▦2005년 농협중앙회 상무 ▦2005년 7월~현 경제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