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스타트업 기업이 뛴다] 캠프포독

"애견 배변용품으로 공공시장 뚫었죠" <br>고교 진학 포기하고 사업 뛰어든 '당찬 20대'<br>꼼꼼히 적은 사업계획서로 부모님 허락 받아내<br>日서 시제품 판매 후 추가 공급계약도 앞둬<br>"매출 30억·애견용품 전문업체로 도약 목표"


장맛비가 한창이던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와 만난 애견 배변용품 전문업체 캠프포독의 임지아(사진ㆍ24) 대표는 비에 반쯤 젖은 커다란 짐가방을 털썩 내려놓았다. 이날 아침 제주도에서 올라올 때부터 계속 한쪽 어깨에 매고 다녔다는 임 대표의 짐 가방에는 바이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회용 배변처리기와 배변함 상자, 제품 브로셔가 가득 담겨 있었다. 작은 핸드백과 파일케이스를 들고 있는 모습이 더 어울릴법한 나이의 임 대표였지만 그는 애견산업의 틈새시장이라 할 수 있는 배변용품 시장을 개척, 당찬 행보를 이어나가는 '20대 청년CEO'다. 지난 2008년 7월 제주도에서 설립된 캠프포독은 애견용 배변처리기 브랜드인 '멜로디 펫(Melody pet)'을 지난해 9월 런칭했다. 주력 제품인 일회용 배변처리기 '스쿠퍼(Scooper)'는 종이주걱을 이용, 빗질하듯이 비닐 봉투에 애완동물 배설물을 쓸어 담아 처리하도록 만든 제품이다. 임 대표는 "손으로 직접 배설물을 만지지 않아도 되는 위생적인 처리 방식 때문에 애견인들을 중심으로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각 지자체 마다 공공장소에서 애완동물의 배설물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가 의무화되면서 공공기관을 위주로 제품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임 대표는 현재까지 보라매공원을 비롯해 서울 시내 주요 15개 공원에 배설물 처리기 보관함 및 스쿠퍼 제품을 설치ㆍ공급하고 있다. 최근엔 서울 금천구청에서 운영하는 산기슭공원에도 제품을 납품했다. 지난 5월에 임대표는 연간 1조엔대 규모의 애견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 진출에도 성공, 해외 시장 개척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유통회사에 시제품 차원으로 1,100만원 규모의 스쿠퍼를 공급한 상태다. 임 대표는 "지난 5월 초도 공급물량이 모두 판매되며 이달 중순께 일본 딜러측과 추가 물품 공급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며 "초기에 일본 시장에서만 연간 3억원 분량의 물건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법한 20대 초중반의 나이에 일찌감치 최고경영자(CEO)가 된 임 대표이지만 사실 그가 사업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훨씬 이전의 일이다. 임 대표는 지난 2004년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삼촌이 충북 충주호에서 운영하던 연수원의 일부를 빌려 애견 캠프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를 좋아했던 임 대표는 주인과 애견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데에 착안,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전교 학생회장을 맡을 정도로 모범적인 학창시절을 보내던 임 대표의 '자퇴결정'은 임 대표의 부모님에게는 충격이었다. 하지만 임대표가 A4용지 5장 분량으로 꼼꼼하게 작성한 사업 계획서를 받아 든 이후 부모님 역시 임 대표의 사업을 허락하셨다고 한다. 임 대표는 "학교 울타리 밖에 있는 넓은 세상에 나가면 교과서 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호기심과 열정이 사업을 결심하게 만든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임 대표는 여름철 성수기 두 달 동안에만 평균 6,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현재 캠프포독 사업체 창업을 위한 종잣돈을 꾸려 나갔다. 애견용 배변처리기인 '스쿠퍼'의 탄생도 임 대표가 당시 캠프를 운영하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임 대표는 "강아지를 사랑하고 아끼는 주인들이라도 배설물 처리를 상당히 꺼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좀더 간편하고 위생적으로 애완동물의 배설물을 처리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스쿠퍼를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임 대표는 소비자들과 소통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서 자체 캐릭터인 '멜로'와 '로디'를 개발했다. 임 대표는 이들 캐릭터를 적용한 캐릭터 상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웹툰을 별도로 제작해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겠다는 전략이다. 임 대표는 "제품을 잘 만드는 것과 동시에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설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멜로와 로디가 전세계 시장에서 애견용품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하는 날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임 대표의 목표는 배변용품 전문업체를 넘어 애견용품 전문업체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내년에 배변용품 신제품 출시와 더불어 애견 밥그릇 등 애견용품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사실상 사업 첫해인 올해 1억5,000만~2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는 임 대표는 3년 뒤 제품라인 다변화에 힘입어 연매출 3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 대표는 가끔씩 혼자 사업체를 이끌어나가는 일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마다 "주변에서 학창 시절을 즐기는 친구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임 대표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 목표하는 곳을 바라보며 내 의지대로 하루하루 뚜벅뚜벅 걸어나갈 수 있는 것이 사업의 매력"이라며 "사업은 내 안의 열정과 욕구를 분출할 수 있는 해방구와도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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