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미추(대표 손진책)가 6월4일부터 한달간 동숭아트센터의 연중 연극시리즈인 ‘연극열전’의 여덟번째 작품으로 ‘허삼관 매혈기’를 무대에 올린다.
허삼관 매혈기는 96년 중국작가 위화의 동명소설을 극화한 것으로 지난해 6월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려져 호평을 받았고, 그 해 연극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7’, 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우수연극3’,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기상, 히서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원작 또한 지난 96년 중국 인민일보 선정 올해 최고소설로 뽑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다.
이 연극의 배경은 1960년대를 전후로 한 중국. 자신의 피를 팔아 생활하는 한 가난한 노동자의 이야기에 문화대혁명이라는 중국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허삼관은 피를 팔아 모은 돈으로 결혼을 하고 아들 삼형제를 둔다. 삶의 고비가 닥칠 때 마다 피를 팔아 돈을 마련해 아들들을 키운다. 그러던 어느날 큰 아들 일락이 병으로 입원하게 되자 병원비 마련을 위해 또 피를 판 허삼관이 쓰러지고 만다.
허삼관에게 피는 자신을 지켜주는 ‘힘’이자 곧 ‘돈’이다. 피를 팔아야만 살 수 있는 구차스럽고 황당한 허삼관의 삶은 문화혁명이라는 특수한 과거 속 중국에서만 일어났던 중국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수시로 삶의 그늘과 마주치며 그 무게를 이겨내려 애쓰는 우리들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비애와 연민으로 가득 찬 인생을 사는 등장인물을 통해 예로부터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자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했던 것과도 일맥 상통하는 삶의 진실을 읽을 수 있다. 주인공 허삼관역은 극단 미추의 간판배우 이기봉씨가 맡았으며 아내 ‘허옥란’으로는 서이숙씨가, 큰 아들 ‘일락’역에는 송태영씨가 각각 출연한다. (02)747-5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