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는 첫날스코어가 결정했다. 날씨가 변화무쌍하고 러프와 벙커가 깊은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코스(파73ㆍ6,638야드). 언제 추락할지 모를 험한 코스에 맞서 로레나 오초아는 첫날 6타나 벌었고 2, 3라운드에 이븐파로 견딘 뒤 마지막 날 1타를 잃었지만 결국 메이저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비교적 화창했던 첫날 스코어를 줄여놓지 못했던 다른 선수들은 2, 3라운드의 바람 속에 속절없이 추락한 탓에 막판 분전에도 오초아를 잡기는 역부족이었다. 6일 새벽 끝난 2007 LPGA 시즌 마지막 메이저 경기인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200만달러). 오초아는 1오버파 74타로 최종라운드를 마쳤지만 5언더파 287타를 기록, 이지영(22ㆍ하이마트)과 마리아 요르트(스웨덴)를 4타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2003년 데뷔 이후 통산 13승째이며 메이저 경기는 첫 승. ‘골프의 발상지’로 불리는 세인트앤드류스 올드코스에서 사상 처음 열렸던 여자 대회라 우승 감격이 더 컸다. 우승상금 32만달러를 챙긴 오초아는 시즌 상금 227만4,404달러를 기록, 랭킹 1위를 지키며 2002년 아니카 소렌스탐이 세운 시즌 최다 상금(286만3,904달러) 경신을 노리게 됐다. 이번 우승은 ‘만능 스포츠 우먼’ 오초아가 가슴에 품은 집념의 결과다. 어릴 적부터 멕시코 고산지대를 누비며 극한 스포츠를 즐긴 오초아는 9세때 테니스 클럽 챔피언, 11세때 육상선수를 거쳐 17세에 산악종주경기에 최연소 출전해 완주했고 애리조나 대학 시절 주2회 아침마다 10km를 뛴 뒤 골프 팀 훈련을 받았으며 철인3종 경기를 2차례 완주한 ‘철녀’다. 워낙 스포츠를 좋아하고 지는 것을 싫어하며 공격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스타일. 골프에서도 세계랭킹 1위에 올랐지만 메이저 우승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았던 그녀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승부욕과 집념은 살리되 공격적인 플레이는 위험을 피하는 전략으로 다듬었다. 그 결과 벙커에 3번밖에 빠지지 않는 노련한 플레이로 우승고지에 올랐다. 한편 오초아의 독주 뒤로 치열했던 준우승 경쟁에서는 이지영(22ㆍ하이마트)이 승리, 합계 1언더파로 마리아 요르트와 공동 2위가 됐다. 지은희(21ㆍ캘러웨이 골프)는 박세리(30ㆍCJ)와 공동 5위에 랭크돼 국내파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