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재정지출 확대보다 민간수요 끌어내야

일은(日銀)의 국채인수론이 제기되더니 이번에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국채를 일은이 적극적으로 사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측에서 제기됐다.장기금리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경기의 회복 여부가 불확실한 때에 금리가 오르면 기업수익이나 주가에 찬물을 끼얹게 마련이다. 금리상승은 엔고를 초래하기 쉽다. 불황인데 왜 장기금리가 상승하는가. 경기대책으로 국채를 대량으로 발행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국채가격이 떨어지고 수익률(금리)이 올랐다. 그러니 일은이 국채를 사들여 장기금리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신규 발행된 국채를 일은이 직접 사들이는 「인수」는 인플레 초래에 대한 우려로 금기시돼 왔으며 정부부처 내에서도 반대가 많다. 그렇다면 이미 발행된 국채를 시장에서 사들여 흡수하는 「매수 오퍼레이션」의 규모를 확대하라고 일은에 공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관방장관은 『일은은 심각한 상황을 타개할 의무가 있다』며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했다. 마치 금리상승이 일은의 책임인 것처럼 들린다. 시장이라고 하는 위장에 소화능력을 넘어서는 분량의 국채를 밀어넣은 것은 다름 아닌 정부다.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재정이 정면에 나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국가의 재정은 파탄상태에 있다. 재정지출을 무턱대고 늘리지 않더라도 규제완화 등으로 민간의 활력을 더욱 끌어내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 행해진 것은 종래와 변함없는 공공사업이나 지역진흥권의 발행과 같은 정책들이 고작이었다. 장기금리의 상승은 이같은 진부한 재정정책에 대한 시장의 경고이다. 「매수 오퍼레이션」도 절제없이 실시하면 「인수」와 마찬가지로 인플레를 촉발시킨다. 일은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매수량에 제약을 두고 있다. 일은이 정부의 요청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대장성으로부터의 독립성을 강조한 새로운 일은법(日銀法)이 시행된지도 벌써 1년이 된다. 이번 사건은 일은이 신법을 살려 중앙은행으로서 의연한 자세를 보일 수 있는지를 가리는 시금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세계의 금융당국에서부터 신용평가회사, 헤지펀드에 이르기까지 일본정부와 일은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지켜보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