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이냐, 중단이냐, 아니면 전면 수정이냐, 부분 조정이냐.’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 방안을 놓고 한국과 미국이 마지막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양대 남북 경협사업인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을 놓고는 양국이 자존심을 걸고 대립하는 듯한 양상마저 감지된다. 우리로서는 대북포용정책의 상징물인 경협사업을 쉽사리 중단할 수 없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김정일 체제의 돈줄 차단’이라는 보다 직접적인 타격을 노리면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대립의 전선이 핵실험을 둘러싼 북미간의 갈등에서 제재 방식과 관련한 한미간의 충돌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미국, 금강산에서 개성공단까지 제재 확대 조짐=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17일에 이어 18일에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분리 대응방침을 내비쳤다. “금강산관광사업은 북한 정부에 돈을 주기 위해 고안됐다”며 중단 압박을 가하면서도 “개성공단은 이해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은 북한 근로자들의 머리에 자본주의를 이식하는 효과가 있다는 우리 측 주장을 받아들인 반면 금강산관광사업은 관광 대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의 수중으로 들어가 달러가 사업이 아닌 체제 지원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금강산관광사업의 북측 파트너인 북한 아태평화위가 내각 관할이라는 점이 미국 측 의심의 단초가 된 것으로 보인다. 분리 대응방침은 하루도 안돼 바뀌었다.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북한인권특사가 “남한은 개성공단사업이 실제로 북한 주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지 엄격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제재 대상을 개성공단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우리 정부 버티기 어디까지=미측의 강경기류 속에서 우리 측은 일단 버티기를 하고 있다. 이규형 외교부 2차관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유엔 결의안 내용이 남북간 경협사업에 전적으로 해당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도 “남북 경협을 중단한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국민의 정부에 이어 평화번영 기조를 계승한 참여정부가 ‘햇볕정책’의 핵심이라 할 남북 경협사업을 포기하기란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 경협이 단순히 대북제재용이 아닌 우리 정부의 기본적인 이데올로기와 연관돼 있다고 보는 셈이다. ◇금강산 관광 추진 방식 등 수정될 듯=양측이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접점 찾기가 물밑에서 이뤄지는 흔적도 엿보이고 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예방,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관광사업은 한국 정부가 결정한 일”이라고 한발 물러선 자세를 취했다. 송민순 실장도 “수정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개선점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 등의 운용 방식을 조정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 안팎에서 금강산관광사업 추진 및 송금 방식 등에 대한 수정과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미시적 조정 등의 차원에서 제재 수위가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금강산 관광 일시중단 등의 해결책도 거론되고 있다. 그 방식은 19일 한미 외교장관회담, 그리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노무현 대통령간의 면담을 통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