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독일 루프트한자항공사를 상대로 "항공 마일리지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소장에서 "40만마일가량의 항공 마일리지 가운데 29만9,000만마일이 박모씨 등 명의로 무단 사용됐다"며 "사라진 마일리지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김 전 회장이 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전까지 벌이게 된 것은 항공사 측의 무성의한 대응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우그룹 회장 시절 '세계경영'을 내세우며 외국을 자주 드나들었던 김 전 회장은 국내외 항공사에 상당한 마일리지를 쌓았으며 그 중 루푸트한자에만도 40만마일이 넘는 마일리지를 보유했다. 김 전 회장은 국내 항공사를 주로 이용했지만 유럽 등 해외에서 이동할 때는 어쩔 수 없이 현지 항공사를 이용한 탓에 이처럼 많은 마일리지가 쌓이게 됐다. 그러나 최근 이 항공사의 마일리지 29만9.000마일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없어져 10만여마일밖에 남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됐다. 29만마일로는 인천과 뉴욕을 네 번가량 왕복할 수 있다. 김 전 회장은 루프트한자 한국영업소에 자초지종을 문의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사과나 해명은커녕 "독일 본사로 직접 연락하라"며 책임을 떠넘긴 것. 심지어 "여기는 화물 파트이니 여객 쪽에 문의하라"는 반응까지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루프트한자 본사에도 연락을 취했지만 회사 측은 "회원번호와 핀코드만 맞으면 제3자도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지난해 6월 마일리지 사용내역을 통보했음에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책임회피성 답변만 보내왔다. 항공사 측의 무책임한 대응에 실망한 김 전 회장은 결국 소송을 벌이기로 결심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설명이다. 대우그룹 회장 시절 고객 서비스를 최고가치로 내세웠던 김 전 회장의 입장에서 항공사 측의 '부당한 대우'를 참고 넘기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마일리지를 보유한 고객인 김 전 회장에게까지 이런 횡포를 부린 것으로 미루어 다른 일반 소비자의 피해는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간다"며 "마일리지를 되찾겠다는 목적보다는 한국 소비자들의 권익보호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