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호가 치솟고 매물 자취 감춰 … "이번처럼 반응 빠르기는 처음"

이틀새 최고 4,000만원↑ 거래가도 덩달아 뜀박질

대치동 은마 등 중층단지 발표 직후부터 문의 빗발

"법안통과 과정 지켜봐야" 일부 단지는 차분한 대응

21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고객과 상담하고 있다. 지난 19일 초과이익환수제 폐지와 소형의무비율 완화 등 규제 완화 방침이 발표되면서 강남권 재건축단지에서는 호가 상승과 매물 철회가 잇따르고 있다. /이호재기자



"방침만 발표했을 뿐인데 하루이틀 새 호가가 3,000만~4,000만원 올랐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매물이 15건 나와 있었는데 집주인들이 매물을 빠르게 거둬들이면서 오늘은 5건밖에 남아 있지 않아요. 부동산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반응이 있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빠르게 움직인 적은 처음입니다."(박준 잠실박사공인 대표)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소형주택 공급 의무비율 완화 등 재건축 규제 완화책을 내놓자 투자자들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이 일대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잠실·개포·반포 등 강남 주요 재건축단지의 매도호가가 상승하고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시장이 확실히 매도자 우위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호가 오르고 매물 자취 감춰=21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주요 재건축단지에서는 중개업소 관계자들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재건축 규제 완화 발표 이후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호가가 1,000만~2,000만원씩 오르는 현상이 이틀 연속 계속됐다. 여기에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너도나도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중개업소들은 매물현황을 수정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강남권의 대표적인 중층 재건축 추진단지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의 경우 매물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호가는 물론 실거래가도 상승하고 있다.

이 아파트 76㎡(이하 전용면적)는 14일만 하더라도 10억9,500만원에 실거래됐는데 국토부 업무보고 바로 다음날인 20일 11억1,000만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82㎡ 역시 이틀 만에 호가가 3,000만~4,000만원 오르면서 현재 12억8,000만~13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김용태 잠실88부동산 대표는 "주공5단지는 사업 속도가 빠른데다 투자전망이 밝아 실거래가가 꾸준히 상승했는데 이번 규제 완화로 가격 상승여력이 더 커졌다"며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로 향후 재건축부담금에 대한 걱정이 줄어든 만큼 서울 주요 재건축단지들의 장기적 투자전망이 한결 나아진 셈"이라고 말했다.한강변 마지막 대규모 저층 재건축 추진단지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역시 호가 상승과 매물 철회가 뚜렷하다. 규제 완화로 사업전망이 밝아지자 향후 시세를 더 높여 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 지역 D공인 관계자는 "19일 주공1단지 107㎡를 팔려고 내놓았던 집주인이 정부 발표 직후 매물을 좀 더 보유하겠다고 요청을 했다"며 "값이 오르는데 급히 팔 필요가 없다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소형의무비율 폐지…반색하는 중층단지들=이번 규제 완화안에 소형의무비율 완화가 포함되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같은 중형 위주의 강남권 단지들은 크게 반기는 모습이다. 전용 60㎡ 이하 소형을 짓지 않고 중형 이상으로 구성할 수 있게 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강남구 대치 은마아파트에서는 정부 발표 직후 주민들의 문의가 부쩍 늘면서 추진위원회 측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소형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 거냐는 문의가 부쩍 늘어 내부에서도 평형 구성에 대한 논의를 할 계획"이라며 "국토부 방침대로 소형의무비율이 완화되면 장기전세주택을 제외한 소형을 짓지 않아도 돼 사업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이 아파트 재건축 사업성에 의문부호를 달았던 투자자들의 문의도 확연히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사업의 추진동력이 마련된 만큼 향후 재건축사업 속도도 빨라지고 수익성도 개선되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대치동 OK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6억9,000만원에서 최근 8억3,000만원까지 실거래가가 회복된 76㎡의 경우 매도호가가 현재 8억5,000만~8억8,000만원 사이에 형성돼 있을 정도로 값이 뛰었다"며 "당장 매수세가 붙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사업전망이 나아진 것은 분명해 시세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법안 통과 지켜보자…일부 단지는 차분한 반응=하지만 시장에서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상당수 단지들은 규제 완화 내용이 파격적이기는 하지만 당장 법안 통과가 이뤄지는 것도 아닌 만큼 기존 사업계획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미 서울시가 제시한 소형의무비율을 수용해 사업 추진을 결정한 강남구 개포시영 및 주공1단지 등은 이번 정부 발표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사업계획을 바꾸려면 주민총회와 건축심의 등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지만 이 경우 사업 추진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또 최근 소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소형의무비율 완화와 같은 규제 철폐가 실제 사업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어 조합원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되지 못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개포동 시영 조합 관계자는 "예전에는 소형을 넣는 게 굉장히 불리하다는 주장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소형의 인기가 높아 생각들이 달라졌다"며 "설계변경을 할 계획이 없고 차라리 이번 기회에 임대주택이나 기부채납과 관련된 규제들도 완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재건축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법안 통과가 남아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장 투자여건이 개선됐다는 판단에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법안 통과 여부와 시장상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소형의무비율 완화 등 이름만 들었을 때 혹할 만한 것들이 제시됐지만 실제로 해당 사업지에서 얼마만큼 수익성이 개선되는지 분석하는 것이 먼저"라며 "호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