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2월 4일] 차이나 리스크, 차이나 비전

최근 중국이 경기과열을 우려해 은행대출을 억제하면서 세계금융시장이 동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은행권 대출 쿼터를 폐지했던 중국은 지난해 대출이 급증하자 올해 다시 신규대출 규모를 지난해보다 22% 가까이 줄어든 7조5,000억위안으로 제한했다. 4분기 연속 경제상승률이 오르고 있는데다 지난 4ㆍ4분기에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0.7%에 달한 만큼 중국 당국이 은행권의 지급준비율 인상 등 광의의 출구전략을 쓰고 있는 것도 이해는 간다. 세계의 공장서 세계 시장으로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세계경제가 분명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반면 중국 내의 유동성은 넘쳐나고 있다는 데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GDP의 27%가량의 돈이 은행 등을 통해 시중에 풀려나갔고 재정적자 수준도 GDP의 14%나 됐다. 이 정도의 유동성이라면 10%대의 성장률조차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베이징과 상하이의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버블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우리 입장에서 중국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점은 더 이상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제 중국인들은 세계시장에'메이드 인 차이나'를 팔지 않고 '메이드 바이 차이나'를 판다고 말한다. 그동안 미국이 중국의 저가제품에 의존해 과소비를 했다는 게 일반론이지만 현재 미국은 중국이 아니더라도 값싼 제품을 수입할 곳이 많아졌다. 도리어 중국의 미국경제 의존도가 더 높을 것이라는 게 미국 내 싱크탱크의 분석이다. 언제부터인가 중국이 '세계의 시장'으로 변한 것이다. 한중 수교 17년째인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의존도가 20%를 넘어선 것도 자연스러운 추세일 뿐이다. 다만 지나치게 한 나라에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우 자산버블이 터지는 등 급격한 변화가 오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여전히 남은 숙제다. 긴 역사적 안목으로 보면 중국은 경제적으로도 강국이던 적이 더 많았다. 영국의 역사통계학자인 앵거스 매디슨이 GDP 수치를 역산해본 결과에 따르면 중국은 전한 말인 서기 1년에 세계 총생산량의 25.45%를 차지해 32.02%로 1위였던 인도의 뒤를 이었고 송대까지 인도ㆍ중국의 양강체제를 유지했다. 그리고 명대 중기인 1500년께 인도를 앞질러 1820년께 중국 총생산량은 32.92%로 23.02%인 서유럽과 16.04%인 인도보다 더 활기찬 경제를 자랑했다. 그리고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직후인 1950년 중국 GDP는 전세계의 4.59%에 불과했지만 6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 만에 이제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1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태세다. 매디슨은 오는 2015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구매력 비중이 20.54%로 19.19%인 미국을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때가 되면 차이메리카나 G2라는 말 대신 차이나라는 한마디만 남게 될 것이다. 무역 다변화·中서비스업 활용을 중국의 눈부신 성장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로서는 무엇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달라진 중국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일 것이다. 첨단으로 방향전환을 하는 중국 제조업에서 부품ㆍ소재 시장을 개척하고 위안화 가치 상승을 계기로 관광ㆍ의료 등 서비스업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에게 중국은 경제 파트너인 동시에 가공할 경쟁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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