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라크 전쟁 시나리오별 증시 영향

이라크 전쟁 개전이 임박했다는 불안감이 SK그룹 분식회계 여파로 잔뜩 위축된 주식시장을 강타했다. 17일 종합주가지수는 무려 22.41포인트나 하락하는 급락장을 연출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날(현지시간)을 이라크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마지막 날로 재차 천명함에 따라 미국 주도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증시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나스닥 선물이 장중 내내 급락세를 보이며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고 외국인에 이어 개인마저 매도세에 가세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에 따라 SK그룹 사태의 해결방안을 주시하던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이라크 전쟁으로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전쟁이 일어날 경우 전쟁 장ㆍ단기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쟁 시나리오별 영향=미국의 확고한 전쟁 의지를 감안할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이라크전의 조기종결이다. 한양증권은 이 같은 조기종전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70% 이상에 달하고 이 경우 개전 초 유가가 급등하고 주가는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개전 이후 미국이 조기 승전하면 주가는 다시 반등세로 돌아서고 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하락하며 달러화 가치도 강세로 반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즉 개전 초의 상처들이 신속하게 만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형석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라크전이 조기종전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종합주가지수도 개전 초 10% 안팎의 조정을 받으며 500선을 밑돌 가능성이 있으나 종전 이후 30% 가량 상승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지역 내 불안이 고조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유가는 계속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지수는 20% 이상 하락하며 장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한양증권은 전망했다. ◇전쟁 국면별 영향=막상 이라크 전쟁이 일어날 경우 전쟁 국면별로 주식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을 지도 관심거리다. 대우증권은 이라크 전쟁이 발발할 경우 ▲공중공격 ▲지상군 투입 ▲승전 영향기간 ▲경기문제 회기기간 등 4단계 국면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1단계로 미국의 집중적인 공중공격이 시작될 경우 주식시장은 거래량이 감소한 가운데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이며 전쟁 관련주가 단발성 재료주로 떠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2단계인 지상군 투입 시점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나 추가 테러 등 돌발악재가 주식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3단계로 미국의 승전이 예상되는 시점에 대기성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며 단기급등이 예상되며 4단계로 주가가 저항선에 도달할 경우 시장은 다시 경제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게 대우증권의 분석이다. ◇전쟁 터져도 지나친 상승 기대는 금물=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서 주식시장이 곧 바닥을 찍고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는 갖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쟁에 대한 각종 시나리오들은 모두 이라크 전쟁 변수만을 고려한 것으로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북핵 문제나 SK사태의 파장도 함께 고려해야 되기 때문이다. 또 전쟁이 조기에 끝나더라도 이후 세계경제가 의미 있는 회복세를 보일 것인지에 대한 확인 과정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형렬 한국투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쟁 변수가 해결됨으로써 확인되는 `전쟁의 바닥`과 경제회복 신호가 포착되는 `경제의 바닥`이라는 두 가지 바닥이 나와야 주식시장의 안정적 상승세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HSBC증권도 전쟁이 일어나면 증시의 랠리가 기대되지만 이는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HSBC증권은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주식시장은 15~20%의 랠리를 나타낼 것이고 베타계수가 높은 업종이 시장수익률을 상회할 것”이라며 “하지만 전쟁 랠리는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여 이때 주식비중을 줄이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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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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