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변혁의 국제 금융시장] "서비스도 의욕도 없다"

[대변혁의 국제 금융시장] "서비스도 의욕도 없다" '폭설과 한파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설명한다' 일본 기업의 서울사무소 근무하는 일본인 H씨. 한국생활 2년째로 접어드는 그는 증권업에 관심이 많다. 지금은 상사원이지만 4년전까지 증권맨이었다. 40대 초반인 H씨는 최근 이해할 수 없는 점 하나를 추가로 발견했다. 시내 한복판 거리마다 일주일도 넘게 빙판길이 즐비한 게 그가 느끼는 '이상한 점'이다. 일본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 특히 은행이나 증권사 본점 근처의 거리가 얼음판을 덮여 있는 점이 납득되지 않는다. 고객을 상대로 하는 금융회사라면 눈과 얼음이 아무리 두텁게 얼어붙었다 해도 회사 부근을 깨끗하게 치워 고객과 행인들이 편하게 다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만약 회사 건물 부근에서 행인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더욱이 다친 사람이 고객이라면 그만한 실례가 없다는 서비스정신이 이 같은 사고에 깔려 있다. H씨는 '고객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은 결국 회사의 손실로 돌아온다'며 '얼음 길을 불편하게 걷던 행인이 우리 회사 주변에서는 편하게 통행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인 동시에 투자"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청소담당 뿐 아니라 일반 직원은 물론 여직원까지 업무시간 이전에 출근해 말끔히 길을 치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비싼 사무직 근로자들을 눈이나 얼음 걷는데 투입하는 시간 동안 다른 일을 시키거나 아예 쉬도록 한다면 더 효율적이지 않는가 지적에 그는 "그 것은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의 금융시스템이 낙후됐다고 하지만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새롭고 강력한 시스템을 다시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벤처기업에서 근무하는 P씨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간 후 대학을 졸업하고 투자은행에서 일하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에 스카우트된 케이스다. 그가 맡은 업무는 해외자산 관리 및 투자. 그러나 한국의 기업문화에 적응하기도 소신껏 일하기도 힘들었다. 사소한 것 까지 결제를 거쳐야 했다. 심지어 모니터 앞에 틀어 앉아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며 정보와 씨름하는 것도 '티 낸다'는 빈축을 샀다. 대기업을 떠나 은행에서도 근무해봤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는 사표를 내고 벤처기업으로 향했다. 요즘 그의 업무는 투자. 선물과 외환이 주요투자대상이다. 고향 후배인 벤처회사의 사장은 그를 위해 사무실 하나를 내주고 비서를 딸려줬다. 사무실에서 먹고 자는 경우가 많다. 세계시장을 모니터링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 투자규모라야 미국에서 운용하던 금액에 비하면 세발의 피에 불과하지만 요즘 그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 P씨는 대기업과 은행에서의 적응 실패에 대해 '한국에 너무 빨리 온 것 같다'고 했다. 아직까지 한국의 시스템이 유연치 못하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일본인 H씨는 '조직을 위해 거의 전직원이 자발적으로 새벽에 나올 수 있는 직장과 그렇지 않은 곳과의 경쟁 결과는 뻔하다'고 말한다. 두 가지 사례가 경직된 한국의 금융구조와 금융종사자들이 갖고 있는 인식의 단면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서정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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