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미국인의 자녀 경제교육

지난해 5월 초 네브라스카 오마하의 퀘스트센터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에 참석할 기회를 가졌다. 미국은 물론 한국, 일본, 중국, 인도, 유럽, 중동 등 전 세계에서 6만명의 주주가 몰려들어 ‘오마하의축제’가 벌어졌다. 전 세계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애널리스트들과 한 주(株)에 10만 달러가 넘는 버크셔 해서웨이 A주식을 보유한 백만장자들이 잠실운동장보다 더 넓은 퀘스트센터를 가득 메웠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주주총회를 찾아 살아있는 경제교육을 받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어린이들은 워런 버핏 회장이 투자한 기업의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버핏 회장으로부터 사인을 받기도 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부자가 되는 방법 등을 배웠다. 어릴 때부터 자녀들에게 경제교육을 시키고 주식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미국 부모들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집 앞뜰에서 자신이 쓰던 물건을 팔고 있는 어린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이 사용했던 책과 인형, 자전거, MP3플레이어, 책상 등을 내놓고 흥정을 벌인다. 부모들이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물건을 팔 수도 있겠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이 작은 비즈니스를 통해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흥정을 지켜보기만 한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용돈을 듬뿍 집어주기 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용돈을 벌고 거래의 노하우를 익힐 수 있도록 배려한다.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시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은행들도 어린이들의 경제교육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청소년 경제캠프를 마련하기도 하고, 청소년들을 본사로 초대해 세계 금융시장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게 한다. 미국 청소년들의 경제 자립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에서도 최근 어린이 경제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입시교육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이 재테크의 중요성과 경제교육을 체험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자녀들의 손을 잡고 은행창구를 찾아 자녀들의 눈높이에 맞는 금융상품을 소개해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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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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