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민들의 편의 중심으로 달라지고 있다. 한강ㆍ남산 르네상스, 디자인 도시 서울, 장기전세주택 '시프트(Shift)' 등 외형은 물론 시민들의 일자리를 찾아주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시정을 바꾸는 등 내실도 많이 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대민 서비스는 시청을 찾는 민원인들로부터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이에 공직 사회와 시민의 삶에 질적 변화를 가져온 서울시 정책들을 상ㆍ중ㆍ하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한때 서울 종로에 있는 굴지의 외국어학원에서 소위 '스타 강사'로 불리며 잘나가던 김정혜(40)씨. 일본에서 사범대 일어교육학과를 졸업한 유학파인 김씨는 귀국 후 번역ㆍ동시통역사로 일한 뒤 10여년 동안 외국어학원에서 스타 일본어 강사로 이름을 날리며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 여파에서는 김씨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올해 초 일본어 수강생 수가 급감하면서 김씨는 학원 측으로부터 하루아침에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 몇 달간은 실업급여를 받으며 견딜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직장을 구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불면증과 우울증까지 생기게 됐다. 딸의 모습을 안쓰러워하던 어머니의 소개로 찾은 곳이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 김씨를 만난 이보화 상담사는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고학력 미취업자가 늘고 있다"며 "김씨는 학원강사 경력이 10년 이상이어서 구인기업에도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우수한 인재였다"고 회상했다. 문제는 김씨의 나이. 센터 소개로 여러 군데 면접을 봤지만 번번이 쓴잔을 마셔야만 했다. 센터 측은 김씨의 능력과 우수한 경력을 장점으로 부각시켜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알선했고 수차례 시도한 끝에 김씨는 강서구의 한 학원에 취업할 수 있었다. 김씨는 "자신감을 잃어갈 때면 상담사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워주며 알맞은 일자리를 찾아주려고 자신의 일처럼 발벗고 나서줬다"며 "저 같은 재취업자 준비자들이 기운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학원 부원장까지 맡아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일하는 김씨 덕분에 수강생들이 줄을 이어 조만간 학원을 확장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사오정(45세 정년)' 등 고용시장의 어려움을 빗댄 신조어가 이제는 일상어가 돼버렸을 정도로 취업 경기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대기업들은 좀체 신규 채용을 늘리지 않고 중소기업들은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인력난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차원에서 경제계의 투자를 독려하고 있지만 사정이 녹록지 않다. 서울시가 이 같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지난 1월 말 문을 연 곳이 일자리플러스센터. 중구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 5층에 위치한 센터에서는 전문 상담가 24명이 청ㆍ장년과 여성ㆍ고령자 등 취업 계층별로 구직 상담 및 알선 등 1대1 맞춤형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권과 아이템 분석 등 창업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와 자금 지원 등 컨설팅 역할도 하고 있다. 문을 연 지 불과 9개월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노동부가 운영하는 고용지원센터 등 다른 기관에 견줘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하루평균 60여명의 구직자가 이곳을 방문해 취업 상담과 정보를 얻어가며 총 5,300여명(17일 기준)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개소 당시 올해 목표로 세웠던 '2,000명 취업'을 250% 이상 초과 달성한 것이다. 안석진 일자리지원담당관은 "전문 상담가가 상시 근무하면서 공무원과 호흡을 맞춰 청ㆍ장년, 여성, 고령자 등 계층별로 심층 취업상담을 통해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달부터는 '취업이 될 때까지 책임진다'는 모토로 '구직자 토털 케어(total-care) 감동 서비스(이하 감동 서비스)'를 시행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감동 서비스'는 능력과 자신감이 부족하고 고용시장 정보의 부재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직자들에게 단계별 취업능력향상 프로그램을 제공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취업에 성공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선 3회 이상 구직 알선을 받았지만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면 취업 전문가가 월 1회 이상 ▦커뮤니케이션 스킬 ▦효과적 인맥관리방법 ▦셀프 마케팅 등 '취업준비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을 이수한 후에도 취업에 실패하면 계층ㆍ직종별로 직업학교를 정해 '직업훈련'도 알선해준다. 8세 자녀를 둔 평범한 주부 장인례(37)씨는 '감동 서비스'로 성공한 사례다. 나이도 많고 사무직에 필수인 컴퓨터를 다룰 줄도 몰라 번번이 직업을 얻는 데 실패했던 장씨는 상담사의 소개로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3개월간 한글ㆍ엑셀ㆍ파워포인트 교육을 이수한 후 10여일 만에 한 회사의 경리사무원으로 당당히 취업했다. 장씨는 "교육 중에도 계속 취업정보를 제공해주고 교육 이수 진도도 체크해준 센터 덕분에 쉽게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센터는 이달 말 홈페이지 개편과 통합 전산망 보강 등 '서울형 일자리 네트워크' 구축을 완료, 명실상부한 '일자리 종합 허브'로 자리매김해 시민을 위한 대표 구인구직 사이트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최항도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장은 "일자리 지원 허브 기능은 물론 '구직자 토털 케어 서비스' '기업의 인재 뱅크 역할'도 함께 수행할 계획"이라며 "오는 2012년까지 2만8,0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지속 가능한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