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안락사 결정권 ‘핫 이슈’ 로

미국 플로리다주의 젭 부시 주지사가 법원 판결에 따라 급식관이 제거된 채 죽음을 기다리는 식물인간 환자에게 급식관을 다시 삽입하라는 긴급 명령을 내리면서 주지사의 권한 및 안락사 문제가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플로리다주 상하원은 21일 `삶의 의지를 잃은 식물인간 환자의 급식관을 제거했는데 가족들이 이를 반대할 경우 주지사가 재삽입을 명령할 수 있다`는 요지의 새 법안을 불과 몇분 만에 통과시켰다. 주지사가 테리 스키아보(39)라는 환자에게 급식관 재삽입을 명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3권 분립 원칙`을 명시한 헌법에 따라 정부나 의회가 법원의 판결을 임의로 뒤집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키아보는 13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였는데, 15일 탬파 지방법원의 판결에 따라 급식관을 제거당했다. 법원이 안락사를 허용한 것이다. 의료진은 그가 약 10일 정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5년 전 급식관 제거를 허락해 달라는 소송을 낸 남편은 법원 판결후 "아내가 죽을 권리를 찾게 됐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부모와 형제들은 "살인이나 다름없다"며 주 대법원과 항소법원, 연방대법원에 재심을 요청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에 대해 부시 주지사가 생명존중과 기독교 원리 등의 명분을 내세워 "최대한 돕겠다"고 나섰고, 새 법을 만들면서까지 급식관을 다시 삽입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법원이 오판을 하거나, 헌법이 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의회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의회가 주지사에게 법원 판결을 거스를 권한을 주는 것이 정당한가" "생명과 죽음을 결정하는 것이 주지사의 의무는 아니다" 등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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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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