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中企런투게더]<3·끝>전문가 좌담<br>"中企, 투명성 높이고 은행, 전문가 키워라"

단순 자금지원 벗어나 투·융자 복합방식 추진

[은행-中企런투게더]전문가 좌담"中企, 투명성 높이고 은행, 전문가 키워라" 단순 자금지원 벗어나 투·융자 복합방식 추진 • 쇼핑몰 보증보험료 40% 인하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 지원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은 물론 단기 자금난 해소방안과 경기활성화 대책이 함께 추진돼야 중소기업 대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회계 투명성을 높여 금융권의 신뢰를 회복하고 금융기관도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신용도를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해야 합니다.” 서울경제신문이 28일 금융기관과 중소기업간 상생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연재한 ‘은행-중소기업 런투게더’ 시리즈를 끝내며 마련한 특별 좌담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제시한 결론이다. 이날 좌담회에는 배영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김석동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이준오 하나정밀 사장, 안순권 본지 논설위원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현재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경기 침체’에 있다는 데 공감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단순한 자금지원이 아닌 투자와 융자가 복합된 새로운 형태의 지원 정책을 펼치고, 금융기관은 재무제표가 아닌 기업의 성장성을 보고 대출을 해줘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기업의 기술력 만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기술평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중소기업도 무조건적으로 자금지원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기술 경쟁력을 갖추면서 동시에 금융기관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 회계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안순권 논설위원=대다수 전문가들은 국내 경기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와 전세계적인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국내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갈수록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큰 만큼 자금지원을 포함한 실질적인 지원 대책이 절실해 보입니다. ▲배영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신용보증기금에서는 매 분기 2,000여 개의 중소기업을 선정해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실적 전망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고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경제여건은 더 악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전기전자와 통신 등 일부 정보기술(IT) 업종의 BSI는 100을 넘어서고 있지만 섬유ㆍ음식ㆍ목재가공 등 이른바 굴뚝산업의 BSI는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중소기업 경기도 심한 양극화의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준오 하나정밀 사장=내년 하반기에나 경기가 회복된다면 상당수 중소기업은 도산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특히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그 전에 실효성 있는 중소기업 대책이 나와야 합니다. 지난 7일 정부에서 중소기업 금융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신문에 난 내용을 들고 은행에 찾아가보니 은행원들은 아직까지 지침을 받은 게 없다고 합니다. 일관성 있고 실효성 있는 정책 집행이 절실합니다. ▲김석동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정부도 중소기업 자금난의 심각성을 알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소기업 종합대책을 만들면서 7,000여 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벌였습니다. 그 결과 43%의 기업들이 올 하반기에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했고 42%는 내년에 호전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경기가 좋지않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관리를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상대적인 위축감이 중소기업들로 하여금 경기가 더 나쁘다는 인식을 갖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 2002년과 2003년 각각 22.5%와 19.6%를 기록했던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은 올들어 11%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이 체감적으로 느끼는 자금압박 정도는 더 큰 것 같습니다. ▲안 위원=결국은 내수시장 활성화를 통해 중소기업을 회생시킬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해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정부가 지난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하다 보니 하반기 경기부양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 국장=정부는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선 저금리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고 올 하반기에는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 경기를 활성화 시킨다는 계획입니다. ▲배 이사장=정부의 경기활성화 정책에 맞춰 신보에서도 당초 28조원으로 잡았던 올해 보증 목표를 3조원 늘어난 31조원으로 확대해 운영 중입니다. 특히 수출기업과 유망서비스업, 창업초기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보증규모를 늘리고 있습니다. 수출기업의 경우 6월말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늘려 보증을 실시했고 설비투자 부문의 보증 규모도 36% 정도 높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사장=문제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 운영자금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우리 회사 만 해도 매출액이 지난해 100억원에서 올해는 300억원으로 늘려 잡고 있지만 은행이나 보증기관에서는 대출이나 보증액을 지난해 수준으로 맞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회사는 커 가는데 운영자금이 모자라 애를 먹고 있습니다. 과거의 연체율에 맞춘 대출관행 때문입니다. 재무제표가 아닌 미래 성장성을 보고 대출을 늘리는 체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합니다. ▲김 국장=이번에 발표한 중소기업 종합대책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전 은행권으로 확대하려고 하고 있는 네트워크론은 바로 이런 취지에서 도입됐습니다. 중소기업이 대형 유통업체에 물품공급계약을 하는 즉시 은행에서 이를 담보로 대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네트워크론의 특징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뛰어난 정보기술(IT) 인프라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다른 나라에는 아직 이런 지원체제가 없습니다. 이 제도가 확산되면 제품 납품계약과 함께 곧바로 운전자금과 설비자금이 지원되는 금융시스템이 갖춰질 것입니다. 현재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을 과거와 같이 대출 위주가 아닌 투자를 병행하는 쪽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지원은 99.8%가 대출로 이뤄지는 데 반해 미국은 34%가 투자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따라서 국책은행과 신보, 기술신용보증기금이 함께 참여하는 투자ㆍ융자 복합상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 시스템 자체를 개혁하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배 이사장=기업의 미래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이번에 신보와 중소기업 진흥공단에서 기술평가단을 만들어 중소기업의 기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을 추진 중입니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이 사장께서 말씀하신 기업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가능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런 평가 시스템이 만들어져야만 금융기관들도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게 됩니다. ▲안 위원=지금 정부와 금융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전문 신용평가회사(CB) 설립이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좋은 대안이 될 것 같습니다.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CB를 통해 체계적인 중소기업 신용평가가 이뤄지면 금융권을 통한 자금지원이 활발해 질 수 있다는 거죠. 다만 CB 설립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노하우를 축적할 때까지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 난제로 꼽힙니다. ▲이 사장=지금 금융기관이나 정부에서는 중소기업 문제에 대해 너무 수치와 실적을 기준으로 만 생각하?있는 것 같습니다. CB에 들어가는 데이터나 기술평가에 들어가는 자료들도 사실 회계적인 내용들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회계처리를 하는 데 미숙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똑같은 차입금도 재무제표에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집니다. 중소기업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을 하는 곳입니다. 아무리 정부에서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현실에서는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 국장=정부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놓은 게 ‘경영지원 쿠폰제도’입니다. 회계ㆍ경영 컨설팅 등의 자문을 전문기관으로부터 받으면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부담해주는 제도입니다. 정부는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경영지원을 많이 받은 기업에 대해 신용도를 우대해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배 이사장=신보에서도 200여명 규모의 경영지원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계부터 법률ㆍ노무ㆍ외환상담까지 중소기업에 대한 일체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회계처리 문제에 대한 고충을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100년 이상 존속할 수 있는 우량 중소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이 회계의 투명성입니다. 재무제표가 좋은데도 망하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분식회계를 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중소기업의 기술 만큼이나 중요한 게 투명성입니다. 따라서 현재 매출 70억원 이상에 대해 외부 회계감사를 받도록 한 법을 고쳐서 그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 위원=정부는 청년실업자를 채용할 경우 1인당 720만원의 채용장려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직접적인 자금지원에 해당되는데요. 과연 이 같은 대책이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데 실효봉?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또 실제로 이 대책으로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지도 불확실합니다. ▲김 국장=청년실업 문제는 국가의 기초 체력과도 관계된 것입니다. 정부는 전력을 다해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입니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으로 볼 때 3~4%의 실업률은 정상적인 수준입니다. 그러나 최근의 청년실업문제는 상당히 왜곡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금 청년층이 ‘잃어버린 세대’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번의 채용장려금도 이 같은 정부의 의지를 나타낸 것입니다. 또 정부의 이 같은 의지가 투자자와 소비자, 기업가들의 위축된 심리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장=정부가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청년들은 중소기업 현장에 오지 않습니다. 중소기업 인력의 대부분은 40~50대 장년층과 주부 사원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중소기업에 필요한 인력들을 공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 노동자를 입국 시킬 때 무작정 몇 명을 데려온다는 식으로 할 것이 아니고 전문 분야를 지정해서 불러와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중동이나 독일에 인력을 수출할 때 관련업종에 대한 기술이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인력을 받아들일 때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꼭 필요한 인력을 선발해야 합니다. ▲배 이사장=젊은 청년들도 중소기업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IT산업 쪽에는 젊은 인력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물론 급여수준도 이쪽 분야의 경우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중소기업도 고부가가치 업종에서는 얼마든지 추가 고용창출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산업의 미래도 이 분야에 달려있습니다. 따라서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신 성장동력이 되는 산업에는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또 정책지원을 통해 자연스럽게 현재의 젊은 인력들이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김 국장=중소기업 문제도 우리 경제가 선순환되는 방향에서 찾아야 합니다. 물론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부도 중소기업 경쟁력 확보가 미래의 성장성을 만드는 기초라는 생각에서 단기책보다는 체질을 개선하는 중장기 대책을 지원하는데 주력하기로 했습니다. 과거와 같은 단순한 자금지원이 아니라 경쟁력 있고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지원이 충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리=조영훈기자 조의준기자 dubbcho@sed.co.kr 사진=배우한기자 입력시간 : 2004-07-2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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