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벤처기업 자금난] "투자심리 꽁꽁" 성장엔진 숨통죈다

코스닥社 상반기 유상증자 작년比 82% '뚝'강남 테헤란밸리에 구슬픈 곡(哭)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테헤란밸리에 퍼져 있는 침울한 분위기는 국내 중소 벤처기업의 암울한 현주소를 그대로 나타낸다. >>관련기사 또 벤처기업에 피(자금)를 공급하는 벤처캐피털들도 추가펀딩을 극도로 제한하는 등 몸을 사리면서 자금흐름의 선순환 구조가 깨어지고 있다. 탄력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대기업이 간과하고 있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고부가산업을 창출하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어두운 터널속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경제의 주춧돌이 무너질 것이라는 불안심리를 자아내고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중소 벤처기업들의 현실과 실상을 제대로 진단하는 작업이 필요한 때이다. ◇먹구름에 휩쌓인 코스닥시장 기업공개로 직접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코스닥 기업들이 유상증자와 외자유치를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을 마련하거나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하려는 벤처기업들이 추가자금 마련이 막히면서 신규사업을 보류하거나 아예 철회하는 경우마저 나타나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코스닥시장 등록기업들은 5,876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조2,580억원에 비해 82%나 급감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7월 한달동안의 유상증자 규모 7,749억원보다도 적은 것이다. 유상증자 건수도 지난해 127건에서 60건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이처럼 중소 벤처기업들의 유상증자 규모가 급감하고 있는 것은 소액투자자와 기관들이 경기회복과 이에 따른 주가상승을 낙관하지 못하면서 실권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 유상증자 실패로 주식발행초과금이 줄어들고 기업들의 영업실적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무상증자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코스닥기업들은 모두 82개사가 3억2,600만주를 무상증자한 반면 올 상반기에는 8개사가 1,070만주를 무상증자하는데 그쳤다. 기업체수로는 90%나 준 것이고 주식수로는 32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자금고갈에 허덕이는 기업들은 기업인수합병(M&A) 시장에 아예 매물로 흘러나오고 있다. M&A중개회사인 U사 사장은 "코스닥기업중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고 앞으로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자신이 없는 기업들이 원매자를 구해달라며 기업을 내놓고 있다"며 "M&A 중개회사별로 평균 2~3개의 코스닥기업 M&A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장외시장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직접시장이 아닌 창투사와 소액투자자를 통해 필요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장외기업은 코스닥등록기업보다 사정이 훨씬 심각하다. 지난 99년 창투사로부터 고가 출자를 받은 많은 기업들은 연구개발비로 자금을 모두 소진한 상태이며 이제는 제품생산에도 허덕이고 있다. 이전 액면가의 20~30배로 출자받은 업체들은 현재 액면가 증자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은 회사문을 닫으면서 테헤란밸리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공모시장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경영컨설팅 업체인 S사 사장은 "지난해의 경우 월평균 10여개 이상의 업체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소액공모를 추진했지만 몇 개월전부터 인터넷 공모 사업은 아예 중단한 상태"라며 "극히 일부 업체들이 소액공모를 진행하고 있지만 청약률과 개인들의 참여는 아예 죽었다"고 생각하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모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6월 추진한 소액공모에는 8개사의 벤처기업과 제조업체들이 참여했는데 투자자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어지면서 대부분 청약률이 제로를 나타냈다. 복합관을 생산하는 M사 사장은 "이번 엔젤투자로 7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성해 연구개발을 서둘러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청약이 거의 없어 당초 세웠던 개발 스케줄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며 "비등록 장외시장은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소액공모 공시사이트를 보면 지난 6월이후 소액공모 발행실적신고서를 제출한 16개 기업중 9개사의 일반공모에 청약이 전무했다. 또 나머지 업체들도 대부분 4~5%의 저조한 청약률을 기록했다. 이러하다보니 일부 우량 기업들은 제품개발을 마무리하고 생산과 마케팅을 펼쳐 매출실적을 올려야 하지만 추가투자가 없어지면서 생산은 고사하고 자본금마저 까먹으며 도산하는 경우마저 나오고 있다. 극심한 돈가뭄이 장외 벤처기업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는 것이다. 서정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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