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CDMA 세계회의를 다녀와서/SK텔레콤 서정욱 사장

◎기술·인재양성 게을리 말자CDMA개발그룹(CDG)의 CDMA세계회의가 지난 3일부터 사흘간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CDG는 CDMA방식을 확산시키려는 세계 각국 기업들의 협의체다. 현재 80개 회원사가 있으며, 한국의 관련업체와 연구기관도 다수 가입했다. 8백여명이 참석한 이번 회의는 CDMA기술의 홍보에 치중했던 지난해 1차회의와 달리 한국의 CDMA 상용화 성공사례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한국이 CDMA방식을 채택, 서울과 같은 악조건을 무릅쓰고 상용화 1년반만에 2백만명의 가입자를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CDMA는 이제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는 이동전화기술의 대안임을 입증했다. 우리의 서비스업체, 제조업체, 연구기관이 각 분야에서 주제발표와 패널토의를 했다. 특히 우리의 CDMA장비와 단말기가 전시장에서 많은 눈길을 끌었다. CDG는 「One Technology, One Future(미래엔 한기술로) 」라는 캐치프레이즈로 「CDMA One」이라는 브랜드를 부각시켜 참가자들의 많은 공감을 얻어냈다. CDMA는 현재 20개국, 50개 서비스업체가 채택했다. 또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플림츠)은 CDMA방식이 주도할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CDMA 상용화에 성공한 요인, 선발자로서 후발자와 나눌 수 있는 경험, 미래 발전전략에 집중됐다. SK텔레콤은 워크샵에도 초청돼 CDMA 상용화를 주도한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CDMA와 TDMA(시분할다중접속)방식을 놓고 망설이는 국가와 업체에 CDMA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등 이동통신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당초 유럽지역에서 이용자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단일표준화하여 급속히 확산된 GSM은 주파수 이용효율이 낮은게 흠이다. 한국은 CDMA 상용화에 성공함으로써 주파수자원을 절약하고, 아날로그방식에 쓰이던 주파수자원의 효율적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실증해 세계적인 공헌을 끼쳤다. 이번 총회에선 루슨트, 모토롤러, 노텔, 퀄컴, NEC 등 외국업체들도 장비와 서비스를 소개했다. 그들은 한국의 성공에 자극받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세계시장 제패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환경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선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번 회의에서 보람을 안고 돌아오는 마음이 홀가분하지만은 않다. CDMA에 힘입어 우리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자동차업계의 구조논쟁처럼 이동통신업계도 중복 과잉투자의 문제는 없는지 우려하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시장규모를 도외시한 업체난립은 결국 인수합병(M&A)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귀착된다는 논리와 함께 이동통신업계를 제살깎기의 이전투구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국제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마당에 국내업체끼리 소모적 내전을 벌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21세기 생존전략을 짜기 위해 합심해 슬기를 모아야 할 지금 CDMA로 고무된 이동통신업계가 호사다마(호사다마)가 되지 않도록 체제정비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기함없는 함대가 전쟁을 수행할 수 없듯 이동통신업계도 개방된 통신시장에서 외국기업과 경쟁을 하려면 주도적 사업자의 우월성이 확보돼야 한다. 반면 연구개발노력과 투자없이 뒤늦게 뛰어든 기업들이 집안 싸움에만 급급한 안목을 탈피하지 못할 경우 모처럼 CDMA로 활기를 되찾으려는 이동통신업계에 무질서와 혼란이 야기될까 걱정된다. 우리의 발전을 시샘하는 외국의 견제도 만만찮아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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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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