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8월 9일] KBS 사장 해임안 가결 이후 과제

이명박 정부 들어 끊임없이 사퇴 논란을 빚어온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결국 이사회에서 통과됨으로써 새 국면에 들어섰다. 원인이야 어떻든 공영방송 사장 해임 사태를 맞은 것은 불행이다. 이번 사태가 공영방송의 중립성과 독립을 위한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바뀌었는데도 끝까지 자리에 연연한 정 사장이나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사퇴압력을 행사해온 정부 양쪽 다 떳떳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민이 바라는 것은 KBS 사장 인사만큼은 논란이 되고 있는 ‘낙하산 인사’의 자리 마련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요즘 계속되고 있는 낙하산 인사가 지나치다는 게 세간의 지적이다. 낙하산 인사는 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기업 기관장의 사퇴 강요가 개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권 탄생의 공신이나 낙선 낙천자들에게 자리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통치를 원만히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철학을 같이하는 인사를 공기업 기관장에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낙하산 인사는 전문성이 결여돼 이 같은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공기업 인사를 보면 명분 없는 인사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18대 총선 낙선 및 낙천, 대통령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이명박 후보 캠프 출신,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간부 및 서울메트로 사장, 이명박 후보 지지모임 대표, 이명박 후보 공보특보, 주일대사 보좌관을 지낸 사람까지 포함돼 있다. 출신은 다양하지만 모두 권력층과 연결끈을 가진 ‘낙하산 인사’라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렇지 않아도 새 정부의 공기업 개혁의지가 퇴색한 게 아니냐고 의심을 받는 판에 낙하산 인사는 이를 뒷받침하는 셈이다. 기관장이 권력층과 연결된 상황에서 민영화ㆍ통폐합 및 구조조정 등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심스럽다. 1단계 공기업 민영화에 불과 5개 정도의 공기업이 포함될 뿐이라는 소문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KBS 사장 퇴진 ‘소동’을 곱게 보지 않는 시각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말 그대로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에 걸맞은 인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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