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中 미술계, 한국작가 관심 커졌다"

국제적 예술촌으로 변신 베이징 '지우창'에 가보니…<br>표화랑·아라리오등 국내 갤러리 발빠른 현지화<br>김중만 사진전·설치미술·조각전 큰 인기 얻어<br>현대미술 메카 '다산쯔' 올림픽 앞서 새단장 한창


아라리오에 전시중인 설치작품‘권력과 강산’

PKM갤러리에 전시중인 코디 최의‘생각하는 사람’

중국 베이징의 제5순환도로 동북쪽 안쪽에 위치한 지우창(酒廠)은 과거 술을 만드는 공장이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의 표화랑과 아라리오 등 세계 각국의 20여개 화랑과 화가들의 작업실이 모여있는 예술촌으로 변모했다. 베이징엔 이처럼 공단이나 공공시설에서 예술단지로 탈바꿈한 곳이 많다. 다산쯔(大山子)의 ‘798예술구’와 인근의 차오창디(草場地), 환티에(環鐵) 등이 그렇다.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 곳들을 한국의 대표적 아트 컨설턴트인 미선 표화랑 대표와 함께 둘러봤다. 중국 미술계를 선도하는 사회비판적 작품들 속에서 범람하고 있는 상업주의, 그리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화랑들의 발 빠른 현지화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지우창의 표화랑에서는 마침 한국의 대표적 사진작가인 김중만씨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김중만 작가의 풍부한 색채표현에 감탄하는 중국인들이 참 많아요. 요즘 들어 중국 미술 애호가들의 한국 작가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지요.” 지우창 입구에 위치한 아라리오에서는 50대 초반작가인 주진스(朱金石)의 ‘권력과 강산’이라는 파격적인 설치미술을 접했다. 표제작 ‘권력과 강산’은 독일제 벤츠 승용차가 만리장성에 정면으로 충돌해 장벽을 무너뜨리는 장면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지난 3월 8일 전시회 개막식때 실제로 스턴트맨이 벤츠를 타고 붉은색 장벽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을 연출했었는데, 반응이 대단했지요.” 윤재갑 아라리오 대표의 설명이다. 전시회엔 이밖에 중국 정치지도자들이 모여사는 중난하이(中南海)의 권력을 비판한 ‘호우하이(後海)’, 대나무 틀에 갇힌 자전거를 통해 권력의 폭압을 비판한 ‘자전거주의자’ 등의 작품이 설치돼 있었다. “요즘 중국 미술계의 흐름은 권력에 대한 비판입니다. 권력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작가들이 뜨고 있죠.” 윤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런던 소더비경매에서 590만달러(약 57억원)에 팔려 중국 현대미술의 파워를 세계에 알린 웨민쥔(岳敏君)의 작품 ‘처형’(1995년작)의 경우도 천안문 유혈사태를 비판적으로 그린 작품. 다만 작가들의 체제비판은 어디까지나 작품 속에서 잠자고 있을 뿐이다. 거기서 체제에 대한 저항으로 한 걸음 더 나간다면 누구를 막론하고 쇠고랑 신세를 면치 못할 테니까. 중국 현대미술의 ‘메카’로 불리는 다산쯔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5월말까지는 모든 공사를 끝마쳐야 한대요. 새 단장을 마치고 나면 다산쯔는 중국의 필수적인 관광명소가 될 겁니다.” 표 사장의 설명이다. 다산쯔는 웨민쥔ㆍ장샤오강 등 중국의 대표적인 화가들을 배출한 명소로 지금은 중국은 물론, 전세계 미술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이 집결되는 국제적 미술가로 발돋움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다산쯔 컨티뉴아 갤러리에서 전시중인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설치예술가인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거울로부터, 제3의 천국’ 전람회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더욱 눈길을 모은 곳은 마이클 조던과 나이키 제품들을 모아놓은 ‘나이키 전시관’이었다. 건물 외양은 물론, 내부까지도 성전의 분위기를 연출한 이 전시회는 그 자체로 “더 이상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논하지 말라”는 무언의 웅변이었다. 하나 더 부연하자면 ‘북송(北宋) 화가 특별전’이 마련된 한 갤러리에 전시된 곽희(郭熙)의 ‘조춘도(早春圖)’ 복사본은 작품의 원본이 보관된 대만 고궁박물관에 비해 무려 10배나 비싼 150만원의 가격이 붙어 놀라게 했다. 실로 못 말리는 상혼(商魂)이었다. 이어 찾아간 곳은 차오창디의 한국화랑 PKM갤러리. 지난 2006년 11월 개관된 이 곳에서는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을 패러디한 조각 작품 등 실험작들이 다수 전시돼 있었다. 이 곳의 한 중국인 직원은 “갤러리 개관식 때 홍라희 리움 미술관 관장 등 서울에서 많은 손님들이 찾아와 축하해 줬다”고 말했다. 갤러리 입구 비망록에는 서울과 베이징의 많은 명사들의 이름과 축하 인사말이 적혀 있었다. 이 밖에도 지난해 베이징에는 두아트와 쿠(KU)아트센터 등 대형 갤러리 들이 잇따라 진출해 한국 미술계의 중국내 역량이 확대되고 있다. 표미선 대표는 “최근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미술계의 중국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표화랑의 경우 한국 화랑으로서는 최초로 올림픽 공원에 조나단 브롭스키의 작품을 입점시키는 등 그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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