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對日 무역역조 주범이 바뀌고 있다

부품 지고…소비재 뜨고… 원·엔 환율 하락 영향 완제품 직수입 늘어


원ㆍ엔 환율 하락이 대일본 무역역조의 패턴을 바꿔놓고 있다. 오랜 기간에 걸친 우리 기업 및 정부의 노력으로 대(對)일 무역역조의 주범이었던 부품ㆍ소재의 적자규모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이에 비해 소비재ㆍ화학공업제품ㆍ생활용품 등 완제품의 적자폭은 커지거나 우리의 흑자규모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엔화의 하락으로 일본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자 자체생산보다는 일본산 완제품을 들여오는 국내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들어 지난 8월까지 우리나라의 대일무역적자 규모는 166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1~8월 159억8,000만달러보다 4.1% 증가했다. 결국 우리의 대일무역 역조 개선노력이 환율 등 새로운 변수에 막혀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환율에 따른 수입패턴 변화=생활용품의 경우 지난해 1~8월 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나 올 1~8월에는 1억9,000만달러의 적자로 반전됐다. 철강금속도 일본산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면서 적자 규모가 32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무려 25% 이상 증가했다. 기계류의 적자 규모도 2억달러 가량 증가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실장은 “기술 부품 등에 대한 대일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최근 원화 강세가 지속되자 기업들이 자체생산보다는 직수입으로 빠르게 돌아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기술개발 등을 통한 자체생산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악화되는 무역구조=일본산 제품의 직수입의 빠른 증가는 다른 곳에서도 확인된다. 화학공업제품의 적자 규모는 지난해 39억달러였지만 올해 47억달러로 20.1% 늘어났다. 플라스틱ㆍ고무ㆍ가죽제품도 이 기간 동안 적자가 7억8,000만달러에서 9억5,000만달러로 늘어났다. 이에 비해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섬유류의 경우 일본산 수입이 늘면서 흑자 규모가 2억3,000만달러에서 1억5,700만달러로 34%나 줄어들었다. 고질적 역조 주범인 부품소재의 적자규모는 지난해 1~8월 95억달러에서 올 1~8월 89억달러로 감소했지만 이런 효과를 다른 부문들이 상쇄해 대일무역 역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부품소재 적자 축소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보고 있지만 환율변수가 튀어나오면서 완제품 수입이 급증해 다 까먹고 있다”며 “엔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것이 더욱 유리해질 수밖에 없어 무역역조 개선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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