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영화] 멋진 하루

1년전 헤어진 연인이 빚 받으러 찾아온다면…


누구나 살아가면서 연인과 한 두 번쯤 헤어지는 경험을 한다. 오죽했으면 ‘첫사랑은 깨지기 마련’이라고 했을까. 오래 전 헤어진 그 사람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면 아련한 감상에 젖게 된다. 불가(佛家)에서는 회자정리(會者定離)라 하여 만나면 언젠가 헤어지게 마련이라며 이별의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는 말로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고 위로하기도 한다.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의 인연이야 어찌할 수 없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이별의 아픔과 그로 인한 그리움은 별반 다르지 않을 듯 싶다. 허나 모든 재회가 반가울 수만은 없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버리고 떠나간 연인이 1년 만에 꿔간 돈을 갚으라고 불쑥 찾아온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여자, 정혜’의 이윤기 감독은 신작 ‘멋진 하루’에서 이 같이 엉뚱하고도 당혹스러운 상황을 연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칸의 여왕’ 전도연과 ‘추격자’의 하정우가 헤어진 연인으로 출연했으니 기대를 모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영화는 단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들로 채워진다. 서른을 훌쩍 넘긴 노처녀 희수(전도연)는 1년 전 헤어진 남자친구 병운(하정우)을 찾아온다. 이유는 빌려준 돈 350만원을 받아내기 위한 것. 하지만 병운은 사업에 실패, 전세금마저 날리고 여행가방을 들고 친구 집을 전전하는 떠돌이 신세다. 희수는 조만간 보내주겠다는 병운의 말을 믿지 못하고 오늘 안에 해결하라고 물러서지 않는다. 급기야 병운은 평소에 알고 지내던 여자들에게 연락하며 급전을 구하러 희수의 차를 타고 짧은 여정에 나선다. 병운이 찾은 여인들은 성공한 50대 여성사업가, 강남의 잘 나가는 호스티스, 애 딸린 초등학교 여자 동창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병운과 희수는 사사건건 말다툼을 벌이만 지난 추억을 되새기며 어느새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여자, 정혜’ ‘아주 특별한 손님’ 등으로 일상을 파고드는 섬세한 연출력을 선보인 이윤기 감독이 이별한 두 남녀의 감정을 탁월하게 포착했다. 물론 전도연, 하정우도 자기 몫을 충분히 해냈다. 이윤기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상업성 짙은 영화란 평가를 얻을 듯 싶다. 25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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