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미국의 5개 업종단체들이 수퍼 301조상의 우선협상대상국관행으로 한국의 시장진입장벽을 미무역대표부에 제소했다.이 가운데 미국 자동차업계의 제소는 향후 통상현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신중한 대처가 요망된다. 미 자동차업계가 한국시장에 대한 「시장진입장벽 철폐」를 제소이유로 들고 나오긴 했으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의 자동차생산능력확대와 수출역량의 증대에 있다.
미업계는 한국의 자동차생산능력이 2000년대 연간 5백만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 물량은 내수시장에서 자체 흡수하기가 무리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수출증대로 이어질 것이고 결국 한국이 세계 각처에서 미국의 강력한 수출경쟁자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산 승용차의 품질이 갈수록 우수해지면서도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최근들어 모델도 더욱 고급·다양화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과거 일본의 승용차 제조 및 수출패턴이 보여 주었듯이 한국도 조만간 미국 승용차업계를 세계시장에서 궁지에 몰아넣게 될 것이라는 우려로 발전하고 있다.
미업계의 또다른 고민은 한국 승용차업계의 성장이 정부보조금이나 지적재산권 침해와 무관하기 때문에 한국산승용차의 수출을 견제할 만한 적절한 수단이 없다는데 있다. 이에따라 미업계는 한국시장의 추가개방이 결코 자신들에게 본질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으면서 궁여지책으로 한국제조업체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한국업계를 쌍무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한국에 아직도 불합리한 시장진입장벽이 존재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난해 우리의 수입자동차 판매는 약 1만대로 내수판매의 1%수준에도 못미쳐 승용차생산국의 수입실적으로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산의 대명사인 3천㏄이상 대형 수입차의 경우는 미국산이 무려 57%를 차지, 시장진입에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시장진입이 보다 개선된다 하더라도 한국시장의 대종을 이루는 중소형차는 미국의 수출주력 차종이 아니므로 미업계에는 그다지 실익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세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한국산에 대한 덤핑제소. 아직은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승용차가 미국산과 시장을 달리하기 때문에 덤핑제소로 비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앞으로 미니밴, 지프 등 다양한 모델이 미국시장에 진출할 경우 일본의 전례에 비춰볼 때 덤핑으로 제소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는 최근 발생한 기아자동차문제와 관련해 정부보조금이라도 지원하는 인상을 대내외적으로 풍길 경우 이를 미국 국내법에 의한 상계관세를 추진하거나 WTO분쟁해결기구에 제소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이번 기회에 새 자동차협정이 체결된다면 앞으로 이 협정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다시 301조에 의거 제소하고 보복차원에서 한국산 대미수출에 대해 차별관세부과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에 대응함에 있어 미국 업계의 표면적인 불만인 시장진입장벽의 검토와 함께 내면적인 불만인 한국자동차업계의 생산능력 확대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한·미업계간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양국 업체간 공동모델개발, 미국부품 및 디자인 업계의 한국진출 유도 등을 통해 제3국시장에서의 공동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은 상호 이해증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부장>
□약력
▲47년 서울생 ▲75년 성균관대 영문과졸 ▲91∼94년 한국무역협회 워싱턴사무소 근무 ▲95∼96년 무역홍보센터 사무국장 ▲97년 국제통상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