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5월 3일] 과학자가 대우받는 세상

중국 우주항공 개발의 아버지이자 국보급 과학자로 불리는 쳰쉐썬 박사의 장례식이 지난해 9월 열렸다. 쳰 박사의 장례식에는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를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과 장쩌민 전 주석과 주룽지 전 총리까지 참석하였다. 특히 후 주석은 쳰 박사의 장례식에 앞선 지난해 1월 직접 병문안을 하기도 했으며 주 전 총리는 생전의 쳰 박사를 수차례 자택까지 찾아 문안인사를 했다고 한다. 이런 과학자 우대풍조를 반영하듯 중국의 청소년들은 쳰 박사처럼 나라에 공헌하는 과학자가 되기 위해 이공계에 진학하는 것이 최고의 꿈이라고 한다. 훈장보단 사기진작 요인 절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중국이 독자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하는 등 건국 이래 5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미국과 견줄 만한 우주과학의 강국이 된 밑바탕에는 이와 같은 정부차원의 과학자에 대한 예우와 국민들의 성원이 원동력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과연 우리나라도 공로가 큰 과학자들이 운명했을 경우 중국과 같은 정도의 예우를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우리나라는 국가의 경쟁력 있는 미래를 위해 과학의 날을 지정해 그 의미를 되새기고 과학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과학의 날 기념식이 열렸으며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들은 정부에서 훈ㆍ포장을 받았다. 올 3월 돌아가신 고 조경철 박사에게도 한국 천문학과 우주과학의 기초를 확립하는 데 공헌한 점을 높이 사 과학기술계 최고훈장인 '창조장'을 추서해 고인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인들은 훈장보다 더 절실한 것은 근본적인 사기진작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오직 연구하는 즐거움 때문에 돈과 권력을 포기한 진짜 애국자들이다. 이들 덕분에 대한민국은 아랍에미리트(UAE)원전 수출과 과학기술경쟁력 3위라는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실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계의 위상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한 전담부처가 없어 과학기술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통로가 부족한 것도 단적인 예로 볼 수 있다. 게다가 현재 국가의 백년대계이자 과학계의 오래된 숙원 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한없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 또한 과학자들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2009년 2월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아직도 잠자고 있고 향후 추진 일정도 불투명하다. 과학자들이 보기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논리적으로 명쾌하다. 세계적 수준의 기초연구 수행과 이를 뒷받침할 인력 양성을 위해 세종국제과학원을 건립하고 물질의 근본까지 연구하는 대형 연구시설인 가속기로 최고의 기초과학 연구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과학ㆍ문화ㆍ예술이 융합된 살기 좋은 주거환경의 조성으로 과학자들이 마음껏 연구해 성과를 낼 수 있게 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국가발전 프로젝트인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그들을 뒷받침할 이러한 사업이 늦춰질수록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과 과학경쟁력은 뒤질 가능성이 높다. 연구에만 몰두할 환경 조성해야 높은 수준의 물질적인 보상을 바라는 것도 아닌 국가의 경쟁력 있는 미래를 위해 필요한 연구 기반과 시설을 마련해달라는 과학계의 요구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을 볼 때 미래의 우리나라를 책임질 청소년들이 이공계로 진출하기를 꺼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필자 본인도 막상 내 자녀가 이공계 진학을 고민한다면 그 길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에 고민이 될 것 같다. 미국ㆍ중국과 더불어 또 다른 우주과학강국 중 하나인 인도에서는 자녀를 둔 과학자의 80% 이상이 자녀들의 이공계 진학을 선호한다는 뉴스를 보고 부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리의 자라나는 세대들이 미래에 이들과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급해진다. 우리 후손들이 과학자가 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부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조속히 추진돼 내년 과학의 달에는 본격적인 추진궤도에 접어든 이 사업이 국민들에게 과학강국 대한민국의 꿈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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