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마이골프]배병일 ㈜골프유닷넷 대표

근무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골프와 관련된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 골프장 전산 프로그램 개발로 시작해 이제는 골프전문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대표자의 입장이 되고 보니 골퍼들의 마음을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됐지만 가슴에는 왠지 모를 답답함이 남아 있다. 골프장 전산 프로그램 개발 업무는 골프장을 상대로 운영에 적합하도록 프로그램만 개발해 납품하면 일이 마무리 되는(물론 말처럼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식이었지만 포털 사이트 운영은 신경을 써야 할 일이 몇 곱절은 족히 되는 것 같다. 실체는 알 수 없지만 수많은 네티즌 골퍼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상대한다는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골프장 예약 서비스를 하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 사이트를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대기업에 다니는 절친한 선배가 숨이 넘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일 ○시 ○○골프장 부킹을 꼭 해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코앞에 닥친 주말인 데다 별로 안면도 없는 골프장이라 거절해야 옳은 상황이었지만 `사태`의 절박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랴부랴 그 골프장 회원권을 가진 지인을 통해 며칠 동안 가슴을 졸여 가며 선배가 원하던 시간보다 1시간 늦은 티 타임을 얻어낼 수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선배에게 전화를 했으나 "다른 곳으로 벌써 잡았다"는 대답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물론 예약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얻는 보람과 기쁨도 크다. 그렇지만 일종의 약속인 `예약`에 대한 관념이 조금은 퇴색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하다. 예약은 골프의 근본 정신인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상통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예약을 소중하게 여기고 약속을 지키는 대부분의 골퍼들과 네티즌의 모습에서 새로운 힘을 얻으며 골프와 관련된 일과 인연을 맺은 것에 만족하고 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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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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