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NBER '경기침체' 규정 논란

“이런 경기침체는 처음 봅니다.”지난해 4ㆍ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예상을 뒤엎고 1.4% 성장한 것으로 발표되자 경제학계 일각에서 ‘경기침체(Recession)’의 개념 규정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기 정점과 저점, 침체를 공식 선언하는 전미경제조사국(NBER)은 지난해 3월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이후 미국의 성장률은 3분기에 1.3% 하락한 후 4분기에 큰 폭으로 상승, 3~12월 사이에 0.1%의 소폭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10조 달러의 경제가 침체기에 100억 달러의 부를 추가로 창출한 것이다. 미국 경제는 2차 대전후 10번의 경기침체를 겪었지만, 침체기에 플러스 성장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NBER과 별도로 뉴욕 월가에서는 2분기(6개월)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경우를 비공식적으로 경기침체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으로도 이번 침체는 한 분기(3개월)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끝났다. 지난 93년 1분기에 성장률이 0.1% 하락한 경우가 있는데, 미국 언론이나 NBER이 이를 침체로 규정하지 않았었다. 코메리카 은행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리트만은 “경기침체는 경제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지금까지 통계로는 그렇지 않다”며 “NBER이 성급했던 것 같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27일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연설하면서 경기침체라는 용어를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린스펀 의장은 대신에 ‘하강국면’, ‘경제 둔화’, ‘경기사이클의 위축 국면’이라는 단어를 채택, 학계의 논란을 피해나갔다. 한편 미국인들이 피부적으로 불황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침체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도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15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하고, 제조업 부분에서 심각한 수익 감소가 발생했기 때문에 경기침체로서의 요건이 갖춰졌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4분기에 소비가 6% 신장해 경기 피크기였던 98~99년의 분기 신장률을 웃돌았는데, 이는 FRB의 급격한 금리인하와 연방정부의 재정확대에 따른 효과이지 정상적인 경기 사이클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것. 민간연구기관인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아이언 셰퍼드슨 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경기침체라고 느끼면 그것은 침체”라고 주장했다.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NBER의 권위를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지난 80년에도 연방정부가 2분기 성장률이 9.4% 하락한후 3분기에 0.9% 상승한 것으로 발표했음에도 NBER은 경기침체를 선언했다. 16년이 지난 96년에 GDP 산정 방식이 변경되면서 80년 3분기의 성장률이 0.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결국 NBER이 옳았음이 입증됐다. NBER은 지난해 11월에 경기침체를 3월로 소급 발표하면서 “침체가 너무 완만해 판별하기 어려웠지만, 테러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인 침체에 진입했다”고 밝혔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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