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융권, KB·우리·하나·신한 빅4로 재편…제2 빅뱅 시작됐다



‘호주식 금융 4강 체제의 완성이냐, 스페인식 양강 체제로의 디딤돌이냐’ 국내 금융시장에서 지난 1996년의 신한ㆍ조흥은행 합병 이후 약 5년만에 제 2의 빅뱅이 시작됐다. 하나금융지주가 24일 외환은행 인수를 선언하면 KBㆍ우리ㆍ신한금융지주와 대등하게 내수시장을 할거하는 진정한 4강 시대가 열리게 된다. 금융계에선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우리지주 매각, 산업은행ㆍ기업은행 민영화 작업이 맞물려 들어가면 금융시장은 대격랑에 빠져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우리 금융사의 체질을 환골탈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권 최종 목표는 양강 구도(?)=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비해 양적ㆍ질적으로 다각화하는 차별화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하나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자산이 선발 3개 금융지주와 비등하게 돼 더 이상 규모의 경쟁력만으로는 시장의 지배력을 자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KB금융지주는 어윤대 회장 취임 이후 공식화한 ‘선(先)내실화-후(後) 메가뱅크론’의 고삐를 한층 더 조일 예정이며 신한지주는 ‘글로벌 시장 선점, 투자상업은행(CIB) 모델 ’을 조준점으로 삼아 중장기 비전을 실천하기로 했다. KB지주의 핵심 관계자는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는 단기적으로는 (호주식) 4강 격돌을 예고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스페인과 같이 양대 메가뱅크(초대형 은행)체제로 재편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이를 위해선 각 지주사들이 먼저 내실을 다져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우리지주는 지분 분산매각을 통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로 성장의 기반을 축적하기 위한 잰걸음을 걷고 있다. 산은지주는 외환은행 인수를 통한 소매금융기반 확충의 기회를 놓쳤지만 향후 추가적인 인수ㆍ합병(M&A)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금융 4강 체제를 앞으로 또 다시 재편할 변수로 꼽히고 있다. 하나지주 역시 4강 체제를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회사 임원은 “크고 작은 수 차례의 M&A를 거쳐 세계 10대 은행의 반열에 오른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의 사업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며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4강에 진입한 것은 하나의 과정일 뿐 경영전략의 완성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내수시장 포화의 한계 넘어야= 4강 체제로의 재편은 국내 금융사들에게 내수 시장성장의 한계와 신성장 모색의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하나지주가 외환은행과 결합하면 자산 316억원대(지난 3분기말 기준)의 대형 금융사로 급부상해 KB금융지주(자산 329조원대), 우리금융지주(332조대) (310조원대)와 어깨를 견주게 된다. 이는 역으로 국내 시장에선 규모의 경쟁이 더 이상 어렵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각각의 금융사들은 4강 체제 속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내수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이겠지만 현재와 같이 서로 엇비슷한 서비스로 차별화 없는 경쟁을 벌이는 것은 제 살 깎아먹기에 불과하다. 따라서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는 국내 금융사들에게 성장 좌표를 재조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시장 진출 확대와 투자은행(IB) 사업부문 강화, 고객 지향의 특화 내수서비스 개발은 국내 금융사들이 한결 같이 입을 모으는 신성장 좌표다. ◇해외시장 다각화가 당면 과제=이중 해외시장 진출 확대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국내 은행권에서 최고 수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돼 경쟁 금융사들로선 시장선점의 프리미엄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은행의 글로벌 영업망은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현지법인 ▦뉴욕과 홍콩, 일본 도쿄,싱가포르의 직영 점포 ▦인도 뉴델리, 베트남 호찌만, 중동 두바이의 사무소 등에 불과하지만 외환은행은 21개국에 48개 해외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중국 시장 진출에 올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국민은행은 전통적으로 리테일뱅킹(소매금융) 분야의 강점이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개인고객으로까지 영업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며 “중국 시장은 워낙 광대하기 때문에 성장의 잠재력도 그만큼 크다” 신한지주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5년후를 내다보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공략을 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지주는 중국의 경우 직접적인 본토 진출을 확대하기 보다는 현지의 규제 장벽을 피해 홍콩에 투자은행(IB)플랫폼을 만들어 간접적으로 공략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나지주 역시 중국와 동남아시장에서 화수분을 일구겠다는 계획이다. 김승유 하나지주 회장은 평소 스페인계 해외 교민이 많은 남미 등에서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한 산탄데르은행의 성장전략을 벤치마켕 사례로 꼽아왔다. 그러나 이들 지주는 자칫 해외에서도 경쟁지역과 고객이 중복돼 과당ㆍ출혈 경쟁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각 금융사별로 차별화된 서비스와 네트워크로 무장하지 않으면 해외에서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