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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조정이 필요하다. 신뢰외교(trustpolitik) 프로세스는 과정에 불과하고, 통일 대박론은 궁극적인 목표에 가깝다."
미국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에서 소장과 부소장,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전문가들은 최근 출간한 '남북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이렇게 진단했다.
이러한 진단에 맞춰 저자들은 대북 정책과 관련해 '맞춤형 포용정책(Tailored Engagement)'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맞춤형 포용정책은 평화통일의 기초를 다진다는 궁극적인 목표 아래 남북 간 충돌의 위험을 줄이고 남북 화해를 촉진하며 북한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저자들은 지난 2013년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보수진영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했던 원칙적인 접근 방식과 진보 진영이었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포용 정책의 좋은 면들을 통합해 대북정책을 실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같은 정책이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북정책으로 내세운 신뢰 외교는 대북정책의 본질에서 빗겨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신뢰 외교라는 단어는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동독과 동독의 후견국이었던 구 소련을 대상으로 추진한 동방정책에서 유래했다. 신뢰 외교라는 명칭은 단어의 역사적 배경뿐 아니라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관련국들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뢰외교는 대북정책의 본질보다는 태도나 접근 방식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와 대북 원조를 어느 선까지 연계시킬 것인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은 점도 정책의 모호성을 가중시키는 요소라고 보고 있다.
맞춤형 포용정책 이행을 위해서는 정부 구조를 재조정해야 하고, 대북 문제에 대한 국내 합의를 도출하고, 국내 합의를 바탕으로 주요 국가 특히 미국과 중국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구조 재조정 과정에서 '한국형 페리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클린턴 정부 당시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처럼 대통령 직속으로 대북정책의 수립과 시행을 담당할 고위 관리를 임명해 북한 관련 업무를 일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통일의 형태와 시기, 북한 핵무기 개발에 대한 대응,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 입장, 대북 제제의 역할 등 대북정책에 대한 합의를 어렵게 하는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일과 관련해 통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실리에 기초를 둔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간 화해와 통합을 단기 목표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2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