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많이 쓰는 단체에는 `언어환경부담금`을 물게 하는 것이 어떨까요?”
한글날을 앞두고 4일부터 교보문고 서울 강남점 앞에서 `우리말글 책잔치` 행사를 벌이고 있는 한글문화연대(www.urimal.org) 김영명 대표(49ㆍ한림대 사회과학대학원장)는 외국어 남용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다소 이색적인 제안을 했다.
지난 2000년 2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김 대표 등 한글 오염의 심각성을 몸소 체험한 사회과학 전공 교수 10여명이 모여 만든 한글문화연대는 3년여 만에 회원수 2,000여명이 넘는 대중단체로 성장했다.
특히 방송인 정재환, 임성민, 김성경씨와 소설가 이외수씨 등 말과 글을 직업적으로 가까이하는 사람들이 운영위원으로 활약중이다. 또 대학생과 중고생 등 젊은층이 동아리를 조직하는 등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
이들 회원들은 공연, 강연회, 토론회, 답사, 맞춤법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글의 중요성을 체험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가 시내에 택시정류장을 신설하면서 `TAXI`라는 영어 표기를 사용하자, 이에 항의해 한글 표기로 바꾸게 만들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국한문혼용과 통신언어를 통한 한글파괴 등도 문제지만 영어 등 외국어 남용이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엘리트 계층의 영어 선호현상과 이로 인한 도덕적 해이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전파되면서 이에 편승해 돈과 힘, 지식을 가진 계층이 정체성 없이 영어를 사용하며 유식한 척 뽐내고, 한글 사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비주류로 남는 `이상한` 나라가 돼버렸다는 것.
김 대표는 또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국정현안에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언어문제는 외면하고 있다”며 시민단체들이 가시적인 성과에만 매달리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한글사랑운동에 참여하기를 당부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