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北] [기자의 눈/9월 8일] 남북 소통부재에 애먼 국민만 또 희생

지난 6일 벌어진 임진강 참사가 다소 회복될 기미가 보였던 남북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북한 방문 이후 북한 특사 조문단의 서울 방문 등으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 조짐이 보이더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또다시 대형사고가 터졌다. 정부 당국자들은 추석을 앞두고 열릴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에 파장이 미치는 것은 아닌지, 개성공단 정상화 과정에 불똥이 튀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북한전문가들도 임진강 참사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나름대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 정부가 7일 보낸 대북 전통문을 받아 든 북한이 강물 방류 경위에 대해 성의 있는 답변을 보내올 경우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반면 북측이 납득하기 힘든 변명을 또다시 늘어놓는다면 다소 숨통이 트일 것 같은 남북관계에 다시 찬바람이 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내세우며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진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작 임진강 참사가 생긴 근원적 배경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아 아쉽다. 지난해 벌어진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이나 올해 초 터진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 억류사태는 모두 경색된 남북관계와 남북 간 소통단절에서 비롯됐다. 휴양지 해변에서 새벽에 산책을 나가 군인에게 피격을 당하거나 공단에서 일하다 낯선 이에게 끌려가 4달 넘게 억류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 관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우리 정부에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말을 쏟아내며 남북 소통의 문을 닫아버렸다. 우리 정부 또한 핵 프로그램을 고집하는 북한에 더 이상 아쉬운 소리 하지 않겠다며 팔짱을 끼고 있다. 최근 북한의 대남 유화공세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근본적 변화가 아닌 전술적 변화'로 보고 북한에 '먼저 대화 제의를 하지는 않는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남북이 이처럼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면 결국 또 다른 참사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대북정책의 선택은 물론 정부 몫이다. 상대의 태도에 따라 당근책이 필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회초리를 들기도 해야 한다. 무관심도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적 판단 때문에 선의의 민간인 피해자가 계속해서 발생한다면 이는 결코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없다. 남북관계 정상화와 통일이라는 목적은 결국 국민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존재한다. 남북관계의 정책적 고려를 핑계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소홀히 하는 것은 본말 전도의 행태일 뿐이다. 개점 휴업 상태인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비롯해 남북 당국 간 회담에 정부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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