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0월18일] <1219> 찰스배비지


나무와 쇠만 가지고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까. 그렇다. 전기와 반도체 없이도 컴퓨터를 만든 사람이 있다. 찰스 배비지(Charles Babbage). 시대를 앞서간 천재다. 은행가 집안에서 1792년에 태어나 풍요 속에서 성장한 그는 기계를 만들고 계산하는 데 남다른 재주를 보였다. 속도측정기며 소떼를 모는 기계를 만들며 자라던 그는 케임브리지대에서 수학을 공부했으나 곧 질시를 받고 곤경에 빠졌다. 적대국인 프랑스에서 유행한 근대 수학에 대한 연구가 적대시되는 분위기 속에 비애국자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적국의 학문에 빠져 있다는 비난에 맞서 그는 모든 것을 측정하고 계산하려 들었다. ‘매 순간 한 사람이 죽고 한 사람이 태어난다’는 명제마저 ‘매 순간 한 사람이 죽고 1과 16분의1의 사람이 태어난다’고 고쳐야 직성이 풀렸던 희대의 천재가 몰두한 첫 대작은 미분기계. 영국 정부도 여기에 관심을 갖고 1,500파운드를 지원했으나 당시 기술로는 정교한 부품 가공이 불가능해 그의 사망 17년 뒤에야 아들에 의해 완성될 수 있었다. 미분기계에서 막힌 그는 해석기관 설계에 들어갔다. 50자리 수까지 계산 가능한 ‘밀(mill)’은 중앙처리장치(CPU)에, 숫자를 저장하는 스토어(store)는 메모리에 해당될 만큼 오늘날 컴퓨터의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갖췄던 그의 해석기관 역시 부품의 신뢰도 문제로 완성되지 못했다. 결국 완성작을 남기지 못한 채 그는 1871년 10월18일, ‘인생에서 즐거웠던 날은 하루도 없었다’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했다. 자신의 시대에서는 인정 받지 못했지만 그는 ‘컴퓨터의 아버지’로 기억된다. 나무와 석탄의 시대를 살면서 쇠로 컴퓨터를 만들려던 천재의 몽상 속에 현대 정보화사회가 잉태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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