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26%.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건설 총 수주액에서 용역(건설 서비스)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올 7월 현재 용역 부문은 5억3,783만달러어치를 수주, 지난해 연간 수주액(8억1,824만달러)의 약 66%에 육박했지만 전체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대에 머물러 있다.
건설산업에서 토목, 건축, 산업설비(플랜트) 등을 시공하는 것이 하드웨어적인 부문이라면 설계, 건설사업관리(CM), 조달, 운영 및 관리(O&M) 등 용역은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 한국 건설은 시공능력면에서는 세계 톱 수준이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실이다. 해외 시장에서 공종 다변화를 이뤄야 하는 우리로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건설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로 꼽힌다.
◇희림ㆍ한미글로벌, 설계ㆍCM시장에서 두각=글로벌 건축설계ㆍCM시장에서 변방으로 취급 받던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건축설계 분야에서는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희림은 지난해 매출 1,454억원 중 21.2%인 308억원을 해외에서 올렸다. 2000년대 들어 베트남ㆍ아제르바이잔ㆍ이라크 등지에 지사를 잇따라 설립, 10년 동안 꾸준히 공을 들인 것이 최근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건축설계시장에서 희림의 전략은 자원과 인구가 많지만 개발이 덜 이뤄진 국가를 중심으로 진출하는 것. 특히 중앙아시아의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은 희림의 텃밭이나 다름없다. 올 3월 195억원 규모의 바쿠 올림픽경기장 설계ㆍ자문용역 수주를 포함해 2010년 이후 아제르바이잔에서만 10건이 넘는 계약을 따냈다. 올 들어서는 아프리카의 자원부국인 적도기니에서 첫 수주에 성공했다.
희림의 한 관계자는 "국적기가 취항하지 않는 국가에 선도적으로 진출하는 경우 연착륙은 힘들지만 발주처와 신뢰를 쌓으면 기회가 그만큼 많은데다 공항ㆍ병원 등 설계 수요도 풍부하다"고 말했다.
한미글로벌은 글로벌 CM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CM은 공기단축이나 예산 절감, 품질 확보 등을 위해 건설공사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설계ㆍ시공ㆍ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발주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서비스다.
한미글로벌은 2008년 리비아 정부가 벵가지에 1만가구 규모의 주택과 도시기반시설을 짓는 프로젝트의 CM용역을 수주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최고급 쇼핑몰과 호텔 등 초고층 복합빌딩을 건설하는 '자발 오마르' 개발 프로젝트의 기술 자문을 수행하는 등 특히 중동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미글로벌의 해외수주액은 2011년 230억원에서 지난해 295억원으로 늘었고 올 상반기에도 144억원을 수주, 연간 해외수주액 300억원 돌파가 기대된다.
◇규모 키우고 토털서비스 제공해야=몇몇 업체가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규모가 너무 작다. 국내 CM시장 1위인 한미글로벌의 지난해 매출은 2,072억원으로 책임형 CM으로만 지난해 약 15조원의 매출을 올린 미국 벡텔사의 70분의1에 불과하다. 또 희림이 확보하고 있는 건축사는 470명으로 국내에선 두 번째로 많지만 글로벌 랭킹 1ㆍ2위를 다투는 에이콤과 겐슬러는 1,300명이 넘는다.
발주처에서도 전문성을 따지고 가급적이면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형 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국내외 업체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미글로벌이 2011년 미국의 도시설계 전문업체인 '오택(OTAK)'을 인수, 엔지니어링 분야를 강화한 것이 좋은 사례다.
또 글로벌 건설 서비스 시장이 융ㆍ복합을 통해 업역 간 구분이 없어지는 흐름에도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세계 1위 건설사인 독일 호티에프는 건축ㆍ토목ㆍ플랜트 시공 외에도 PM(Project Management)으로만 연간 1조원의 수수료를 벌어들인다. 에이콤은 건축설계뿐 아니라 CMㆍPM 분야에서도 세계 5위권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건설 서비스 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수주를 위해서는 현지 법인ㆍ지사가 필수적이지만 국내 선두권 설계ㆍCM업체들도 10곳이 채 안 된다"며 "건설 프로세스의 초기 단계인 설계나 CM용역을 수주해 발주처와 좋은 파트너십을 형성하면 시공권을 국내 건설사가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정부가 해외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는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