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국회본회의 통과
정부안 '최대규모' 삭감불구 민원성 지역예산 되레 늘어
새해 예산 최종안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정부가 사업비 지원 등 내년 재정집행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과정에서 순삭감액이 90년대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원성 지역예산은 오히려 크게 늘려 여야간 '나눠먹기'식 예산편성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여야가 정치성 예산 삭감 문제를 놓고 법정처리시한(12월2일)과 정기국회 회기를 넘기면서까지 지리한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총무회담 등 막판 정치적 절충을 통해 졸속ㆍ부실심의로 내년 예산안을 처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줄어든 예산은 앞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90년대 후 가장 큰 삭감규모
국회에서 최종 확정된 내년 예산은 100조2,246억원으로 당초 정부안 101조300억원보다 8,054억원 순삭감됐다. 이 순삭감액은 일반회계 정부안의 0.84%으로 지난 90년대 이후 최대규모다.
지금까지는 99년 회계연도 예산안 심의 때 삭감된 4,322억원이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내년 재정규모 증가율은 당초 정부안 6.4%보다 0.8% 포인트 낮아진 5.6%를 기록하게 됐다.
국회는 이 같은 예산삭감과 함께 정부가 경상경비를 최대한 절약해 효율적으로 집행토록 촉구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남북협력기금사업의 집행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보고토록 하는 부대의견을 내년 예산안에 첨부했다.
그러나 여야는 지난 24일 총무회담 합의문에 굳이 재해대책 등 추가경정예산 편성요인이 발생할 경우 즉시 임시국회를 소집해 이를 처리토록 한다는 조항을 넣어 이번에 줄어든 예산은 앞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반영하겠다는 의견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이 줄고 늘었나
국회 세출부문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전체 2조6,559억원을 줄이고 1조8,505억원을 늘려 8,054억원이 순삭감됐으며 삭감항목은 45건 남짓에 그친 반면 증액항목은 무려 140여건에 달했다.
올해 세수호조에 따른 국채발행 규모 축소와 최근 금리 안정세를 반영해 국채발행 이자비용 5,640억원과 금융구조조정 채권이자비용 3,535억원을 삭감했다.
재해대책 예비비 일부를 사후복구대책비에서 사전예방투자로 전환하는 등 예비비 9,463억원과 출자ㆍ출연금 등 시급성이 떨어지는 예산 3,500억원도 줄였다.
반면 농어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농어가 부채경감 특별조치법'제정에 따른 추가소요액 6,600억원을 늘렸다. 여기에는 농업신용보증기금 추가출연(3,267억원)과 정책자금 상환연기, 상호금융자금의 저리자금 대체지원 등에 따른 이자보전용(3,333억원)이 포함됐다.
건설경기의 활성화와 일용직 근로자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도시영세민 주거환경 개선(2천억원)과 도로(2,520억원), 철도ㆍ지하철(1,137억원), 항만(535억원), 치수ㆍ수자원(2,691억원)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확대에도 모두 9,101억원을 증액했다.
이와함께 기업ㆍ금융구조조정 등에 따른 실업대책을 보완하는데 500억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방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는데 136억원을 늘렸다.
그러나 여야는 겉으로는 국가경제와 민생을 내걸어 재정의 경기진작 효과를 고려했다고 외치면서도 뒤로는 지역구민을 의식한 '예산챙기기'에 급급했다는 흔적이 예산안 곳곳에 남기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정부조직법 처리와도 연계시킨 이번 예산안 절충과정에서 '부당성'을 집중 부각시켜온 남북협력기금 및 국정원 예산 등을 사실상 원안대로 통과시켜준 반면 대구-포항, 부산-울산 고속도로 건설예산 등 '텃밭'인 영남권 지역예산을 대거 따냈고, 민주당과 자민련도 서천-공주 고속도로, 광주시 우회고속도로 예산 등을 슬며시 집어넣어 여야간 '담합'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예산이 늘어난 주요 사업은 SOC 투자부문에서 대구지하철 건설(325억원), 대구-포항 고속도로(150억원), 광주시우회 고속도로(100억원), 부산 광안대로(100억원), 김해공항 진입IC(100억원), 장항-군산 철도연결(50억원), 평택항 동측부두(50억원), 목포항 개발(50억원) 등이다.
또 대덕연구단지 문화ㆍ체육시설(60억원), 부산 국제종합전시장(50억원), 한국전통문화지역 조성(30억원), 여천산업단지 주민이주대책(30억원), 증평 종합스포츠센터(30억원), 제주대 의료원 인수(25억원), 부산실내빙상경기장(20억원), 광주비엔날레 지원(20억원), 안동지방법원 청사신축(10억원) 등에 예산이 새로 지원되거나 증액됐다.
구동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