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DJ-이총재회담] 여야, 대화정국 전환 계기마련

10일 열린 여야 총재회담은 새로운 여야관계의 출발을 예고하는 계기가 됐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키는 어렵다.대치정국을 대화정국으로 전환시키는 전기(轉機)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지만 엎치락뒷치락했던 성사과정이나 어정쩡한 회담결과로 볼 때 낙관만은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회담결과가 합의문이 아니라 발표문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번 총재회담은 두 지도자가 처음으로 직접 대좌, 상대방의 정치철학과 의중, 정치스타일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일차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정치인 사정(司正)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정쟁」의 양상을 띠었던 것도 서로 상대의 의중과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점에서 비롯된 측면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지난 8개월여동안 강경대치로 일관했던 여야가 정쟁(政爭) 지양을 선언함으로써 대외신인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각종 개혁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국파행의 진앙(震央)인 총풍(銃風) 및 세풍(稅風)사건에 대한 시각차를 분명하게 드러냄으로써 정기국회후 여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를 새삼 확인한 셈이 됐다. 향후 정국전망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날 양당 총재는 전문과 본문으로 구성된 공동발표문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여야협의체 구성 경제청문회 12월 8일 실시 개혁 및 민생 법안의 회기내 처리 정치개혁을 위한 정치관계법 개정 지역갈등 극복과 국민화합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 강구 총풍사건, 정치권 사정, 고문·불법감청 문제에 대한 이 총재의 입장표명 등을 명시했다. 이로써 정기국회는 비교적 순항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기말 청문회 과정에서 양당의 대립이 불가피한데다 총풍사건에 대한 합의점 도출에 실패, 정기국회후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 정국은 다시 냉각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번 총재회담이 비록 많은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끝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양측 공히 개최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은 오는 21일 국제통화기금(IMF)사태 1년을 맞는데다 당장 11일부터 중국 국빈방문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빌 클린턴 미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미셸 캉드쉬 IMF총재와의 면담 등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에 큰 영향을 줄 굵직굵직한 일정이 잡혀있어 국내정국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특히 경제개혁 작업을 연내에 마무리짓고, 2단계로 내년 봄까지 정치구조개혁 작업을 완결지은 뒤, 본격적으로 「제2 건국」 작업에 매진하겠다는 게 金대통령 구상의 핵심이어서 야당의 협조를 반드시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총재회담의 필요성은 한나라당 李총재도 절실히 느껴왔다고 할 수 있다. 취임 당일부터 근 70일동안 세풍사건과 계속되는 정치인 사정, 총풍사건 등 여권의 「공세」에 직면, 생존 차원에서 「방어」에 급급했던 李총재로서는 여권과의 정치적 타협을 통해 이같은 궁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였다. 金대통령과 영수회담을 갖게 되면, 자연히 정국운영의 한 축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당내에 「이회창체제」를 뿌리내리게 하는 동시에, 국민에게 합리적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처럼 정국 대전환의 계기가 마련된 만큼, 여야 모두 국회 대표연설과 대정부 질문은 물론, 경제청문회 개최, 새해 예산안 처리 문제 등 각종 정치현안을 놓고 확전(擴戰)보다는 대화와 절충 쪽으로 대응 방향을 모색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낙관만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최대 정치쟁점이었던 총풍 및 세풍 사건이 「종결」된 것이 아니라 「미봉」상태이기 때문에 언제 뇌관이 다시 터질지 모르는 형국이다. 이런 점에서 양당 총재가 정쟁지양을 선언하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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