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세상] 천재가 아닌 인간으로 고뇌하는 율곡

■율곡 이이 평전(한영우 지음, 민음사 펴냄)


무능력한 아버지 이원수와 뛰어난 품성과 재능을 지닌 어머니 신사임당 사이에서 태어난 4남 3녀 중 셋째 아들. 그는 어려서부터 효심과 인자한 성품을 드러냈다. 학문과 덕성을 겸비하고 예술적 재능까지 뛰어났던 사임당은 그에게 어머니 이상의 우상적 존재였다. 외가와 어머니의 감화를 받아 학문을 배우며 자라던 소년은 열여섯 살이 되던 해 어머니를 여의고 만다. 당시 수운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황해도에 다녀오느라 임종 조차 지키지 못해 상실감은 더욱 컸다. 방황하던 그는 가족에게 말도 없이 속세를 떠나 금강산 승려가 됐고 불교에 심취했다. 1년 뒤 환속했지만 승려 생활은 부끄러움과 상처로 평생 그를 따라다녔다. 훗날 선조 임금에게"집으로 돌아와 죽도록 부끄럽고 분함을 느꼈다"며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이후 그는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하며 학업에 매진한 끝에 아홉 차례 장원 급제하며 벼슬길에 오른다. 이후 동서 분당의 격랑에 휩쓸리면서도 선조 임금을 향한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고 조선을 바로 일으키기 위해 힘쓰다 4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 성리학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 받는 율곡 이이의 이야기다. 그간 우리 학계에는 율곡에 관한 연구가 적지 않게 이뤄졌다. 그러나 대개는 율곡의 이기론이나 사회 개혁 사상, 교육 사상 등 각 학문 별로 율곡의 한 단면만을 조명해 다뤘다. 조선 시대 연구에 매진해온 국사학자 한영우 교수는 이번 책에서 '조선의 대학자'라는 명성에 가려진 율곡의 인간적인 면모를 집중 조명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그의 천재성이나 사상, 정치적 행적을 미화시키기보다 인간으로서 고뇌하는 율곡 이이의 모습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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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는 외가와 어머니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 벼슬길에 나아가기까지 율곡 이이의 어린 시절을 담았다. 또, 선조에게 경장(왕조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민생을 파탄으로 몰아간 잘못된 제도를 고치자는 것)을 주장하며 결단을 촉구하는 등 위기의 조선을 살리기 위해 애쓴 장년의 삶이 펼쳐진다. 저자는 율곡이 소년기의 역경을 극복하고 성리학의 대가이자 선조의 총애 받는 신하로 자리매김한 것은 그가 지닌 재능뿐 아니라 가혹하게 자신을 채찍질하며 분발한 결과였다고 분석한다. 2부에서는'동호문답''성학집요' 등 율곡의 대표 저작과 그가 향촌에서 향약과 학교 등을 세워 후학 양성에 힘쓰며 만든 학규 등을 통해 정치가, 학자, 교육자로서 율곡의 행적을 두루 살핀다. 그의 이기 철학과 따뜻한 포용력, 애민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만 3,000원.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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