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사들이 고유가와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저가항공사들은 최근 수요 위축으로 탑승률이 뚝 떨어지면서 경영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돼 직원 임금을 체불하고 공항이용료마저 내지 못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저가항공사들은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는 등 비상상황에 돌입한 상태다. 한성항공은 17일 “유가폭등과 환율상승, 자금조달 실패 등으로 경영위기를 맞아 18일부터 전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한성항공 운항중단 사태가 예견된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대형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비행기 1대를 사놓고 무작정 항공사업을 시작해보자는 식의 사업 진출이 공급과잉을 낳았다”며 “최근 불황으로 취약한 저가항공사들은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저가항공시장에는 한성항공과 제주항공 외에 진에어ㆍ영남에어ㆍ에어부산ㆍ이스타ㆍ코스타항공 등이 진출했거나 진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여객운송 수요는 갈수록 위축되면서 최근 이들 업체의 탑승률은 50%선을 밑돌고 있다. 수요감소 속에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저가항공 사업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영남에어 등은 직원 임금을 체불하거나 공항이용료를 내지 못할 정도로 경영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저가항공시장 진출에 ‘불순한’ 동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저가항공사들이 수익성 확보를 통한 사업지속보다는 국내외 업체의 사업권 매각을 염두에 두고 항공사업에 뛰어든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등 대형 업체 소속의 업체들도 일반 저가항공사들의 시장잠식에 대한 ‘방어’ 목적으로 설립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사업 진출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막대한 설립비용이 드는데다 설립 이후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한성항공의 운항중단 사태는 영세사업자의 근본적인 부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만큼 정부가 신규항공사 설립 때 자금조달 및 향후 투자여력 등을 감안한 엄격한 심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성항공 운항중단으로 예약 승객들의 피해가 예상되자 제주항공은 18일부터 청주~제주 노선에 1일 2편의 임시편을 긴급 투입하고 증편을 서두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제주항공은 “한성항공 운항 노선과 겹칠 뿐더러 가격 면에서도 대체효과가 크다. 정부에서도 요청해왔다”고 설명했다.